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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더 강한' 황선우,그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6-29 16:47 | 최종수정 2022-06-30 06:00


기자회견 하는 황선우<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체중이 4㎏나 빠졌어요."

29일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 '세계수영선수권 은메달'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황선우(19)는 눈에 띄게 홀쭉해져 있었다. "체중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엄청 힘들었어요."

황선우는 2022년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에서 20~25일 엿새간 6종목, 총 10번의 레이스에 나섰다. 주종목인 자유형 100m, 200m와 단체전 남자계영 400m, 800m, 혼성계영 400m, 혼계영 400m에 모두 나섰고, 5개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0.01초에 희비가 엇갈리는 전쟁터, 매경기 혼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주종목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7의 한국신기록으로 '루마니아 신성' 다비드 포포비치(18·1분43초21)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1년 상하이 대회,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11년만에 시상대에 올랐다. 김우민(21·강원도청), 이유연(22·한체대), 이호준(21·대구시청)과 함께 한 계영 800m에선 한국 수영 최초의 결선행 역사를 썼고, 7분06초93의 한국신기록으로 세계 6위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함께 금의환향한 황선우를 향한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질문 공세는 뜨거웠다. "집에 오자마자 삼겹살과 짜글이를 먹었다. 역시 한국음식이 맛있다"며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또래 소년이다가, 수영 이야기엔 이내 진지해지는 눈빛은 천생 선수였다. 황선우는 잘 된 점, 아쉬웠던 점을 스스로 정확하게 짚어냈다. '박태환을 넘었다'는 세간의 평가엔 손사래쳤다. "박태환 선수는 한국 수영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선수다. 넘었다는 표현은 걸맞지 않다"고 했다. "저도 열심히 훈련해서 박태환 선수처럼 '메이저 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자유형 200m 포디움에 오른 황선우, 포포비치, 톰 딘.<저작권자 ⓒ1980-2022 ㈜AFP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출처=FINA
자유형 100-200m 2관왕에 오른 '2004년생' 포포비치와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저보다 한 살 어린 선수다. 계속 같이 갈 선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기록을 줄여가면 좋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포포비치의 기록이 저보다 1초 가량 앞서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면서도 "저도 기록을 더 줄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43초대에 진입하려면 저도 포포비치처럼 첫 100m구간을 49초에 턴하는 능력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진검승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쿄올림픽 챔피언' 톰 딘(22·영국), 포포비치 등 또래 '월드클래스'끼리 금세 친구가 됐다. "딘과는 '포포비치 43초는 미친 것 아니냐'는 농담을 나눴고, 포포비치와는 결선 전 '너 43초 할 것같다'고 얘기했었다. 진짜 43초에 들어오는 걸 보고 선수로서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9세 황선우는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현재진행형' 선수다. 기술, 체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성장 여력이 충만하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특히 체력 부족을 통감했다. "자유형 200m 은메달 후 자유형 100m에선 회복이 부족해 부진한 기록이 나왔다. 한번 레이스를 하고나면 기진맥진한다. 훈련을 통해 기본 체력을 더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건 황선우가 수영에 '미친' 선수이자,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영리한 선수라는 점이다. 도쿄올림픽 '오버페이스' 레이스 후 부다페스트에서 '뒷심' 은메달을 따냈듯, 부다페스트의 아쉬움을 내년 메이저 무대에서 떨쳐낼 가능성이 높다.


계영 800m 멤버, 왼쪽부터 이호준, 이유연, 김우민, 황선우  사진제공=대한수영연맹
황선우의 쾌거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패기만만한 2000년대생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황선우 효과'는 한국 수영에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황선우 역시 이번 대회 가장 뜻깊은 성과로 "계영 800m에서 두 차례 '한신'을 경신하며 사상 첫 결선에 진출한 일"을 꼽았다. "'우리 수영에도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 경기"라고 돌아봤다. "이번 계영 800m 기록은 아시아 1위 기록이다.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영괴물' 황선우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후쿠오카세계선수권, 2024년 파리올림픽 등 메가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수영하기 참 좋은 나이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청담동(서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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