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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매직지도자상]펜싱코리아 영광뒤엔 '30년 소나무'지도자 김창곤 감독이 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5-26 16:50 | 최종수정 2022-05-27 08:00



2000년대 이후 월드클래스 메달리스트 중 김창곤 감독을 거치지 않은 선수는 거의 없다. 왼쪽부터 구본길, 남현희, 김 감독, 김정환, 전희숙.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남현희는 석정도시개발 펜싱팀 첫 여자감독이 됐고, 전희숙은 올해 서울시청 감독 자리에 올라 김지현, 윤지수 등 후배들의 쾌거를 이끌고 있다. '어펜져스' 김정환과 구본길은 도쿄올림픽 남자사브르 단체전 2연패 후에도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  사진제공=대한펜싱협회

2022년 5월 대한민국 펜싱은 세계 최강이다. 남녀 플뢰레, 에페, 사브르 총 6종목 중 절반인 여자 에페, 남녀 사브르 등 3종목서 대한민국 '팀 랭킹'은 세계 1위다.

팔다리가 한두 뼘씩 더 긴 펜싱 종주국 유럽과 미국 에이스들을 제치고 '발펜싱'으로 세계를 제패해온 펜싱코리아의 영광 뒤엔 소리없이 자신의 자리를 수십 년 째 지켜온 소나무같은 지도자들이 있다.

김창곤 대한체육회 펜싱 우수선수 전임감독은 1992년 이후 30년째 '낮은 곳'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2001년부터 20년 넘게 국가대표 후보선수 지도자로 김지연, 구본길, 박상영, 오상욱 등을 지도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이집트세계청소년선수권에선 남자 플뢰레 안현빈이 은메달, 남자 사브르 황희근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4월 코카-콜라 드림스포츠대상 '매직지도자상' 수상 소식에 김 감독은 "이름도 빛도 없이 헌신하는 지도자 후배들이 너무 많다"며 손사래 쳤다. 그 험난한 길을 30년간 일관되게 걸어온 선배에게 드리는 상이라는 설득 끝에 수상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1992년 시작할 때와 마음과 열정은 똑같다. 밀알이 되겠다는 소명감이다. 돈과는 무관한 삶을 살지만 후회는 없다"며 활짝 웃었다. "1947년 조선펜싱연맹 창립 후 100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올림픽 메달을 못딴다고 했었다. 하지만 김영호(중고펜싱연맹회장)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첫 금부터 베이징, 런던, 리우, 도쿄올림픽 모든 메달 현장에서 메달을 지켜봤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전했다.

"구본길은 주니어 세계 챔피언과 시니어 세계 챔피언을 모두 한, 드문 선수다. 그만큼 펜싱을 갈망했고, 궁금하면 참지 못했고, 연습을 하지 못하면 목숨이 끊어질 듯이 절실했다. 김정환은 나이를 들수록, 점점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선수다. 끝까지 질기게 버티는 선수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선수다. 남현희는 누가 봐도 최악의 조건이지만 그 체격으로 그런 펜싱을 할 수 있는 건 그 선수의 노력, 열정, 자기계발, 도전을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 선수들은 결국 모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선수"라고 돌아봤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국가대표, 올림피언이 되고,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보람됐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지도자에겐 그게 가장 큰 힘이다. 이 선수들이 내겐 꿈이자 힘이고, 쓰러지지 않게 해주는 에너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2028년 LA올림픽에서 펜싱코리아를 이어갈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 우리들의 소명이다. 두렵지만 또 해내야 한다. 힘이 없어 칼자루를 들지 못하는 날까지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 대한민국 펜싱이 잘 되길 원한다. 그 길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고 싶다."

한편 마법같은 지도력, 따뜻한 인품으로 지난 30년간 어린 펜서들의 올곧은 성장을 이끈 김창곤 감독에게 '매직지도자상'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만원이 수여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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