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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아이스하키 4강 찌른 검투사'장동신"伊킬러,인정합니다"[베이징live]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3-10 13:08 | 최종수정 2022-03-10 14:03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이탈리아 킬러? 인정합니다."

9일 베이징동계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이탈리아전(4대0승)에서 2골 1도움으로 4강행을 견인한 '검투사' 장동신(46·강원도청)이 온몸이 흠뻑 젖은 채 환하게 웃었다.

장동신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휠체어펜싱 은메달리스트다. 펜싱으로 다져진 순발력, 타고난 운동신경, 철저한 자기관리는 2008년 시작한 파라아이스하키서도 빛을 발했다. 4년 전 평창패럴림픽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짜릿한 결승골로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끈 바로 그 선수, 장동신이 베이징패럴림픽, 절체절명의 이탈리아전에서 또 한번 번뜩였다.

'이탈리아 킬러'에게 첫 골까지 걸린 시간은 3분30초면 족했다. 골대 정면에서 날린 기습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2피리어드, 장동신은 깔끔한 킬패스로 정승환의 쐐기골을 도왔고, 3-0으로 앞서던 3피리어드엔 베테랑의 기지를 발휘했다. 이탈리아가 총공세를 위해 골리 대신 공격수를 투입한 상황, 페이스오프 직후 장동신은 이탈리아 빈 골대를 향해 퍽을 띄워보냈다. '원샷원킬' 퍽이 골망을 꿰뚫는 순간 대한민국 선수단이 모두 일어나 뜨겁게 환호했다. 한민수호의 2대회 연속 4강행을 자축하는 축포였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정승환은 "선수들도 깜짝 놀란 골"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훈련 때 열 번 시도하면 다섯 번도 들어가기 힘든 골"이라면서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쳤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골 넣는 수비수' 장동신은 이날 한국의 4골 중 3골에 관여했다. 3골을 복기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거나 "동료가 잘했다"며 공을 돌렸다. "1피리어드 중거리 선제골은 넣으려고 한 게 아니라 골대쪽으로 던져놓은 것이다. 운좋게 들어갔다. 2피리어드 어시스트 때는 (정)승환이와 눈이 마주쳤다. 승환이가 마무리를 잘해줬다. 3피리어드 땐 '주장' 장종호가 페이스오프를 잘했다. 나는 종호를 무조건 믿는다. '퍽이 올 거고 난 무조건 골대쪽으로 던지겠다'고 마음 먹었고, 100% 생각대로 됐다. 운이 좋았다." 4년 전 평창 동메달을 결정짓는 골을 넣던 날도 그는 그랬었다. "세상의 모든 운이 내게 온 것같다"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그나마 '이탈리아 킬러'라는 별명만큼은 쿨하게 인정했다. 장동신은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평창 결승골 이전에도 이탈리아만 만나면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 전 동료들이 '오늘 또…' 했었는데… '이탈리아 킬러?' 이제 나도 인정한다."

분명한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점이다. 평창 동메달 당시 장동신과 '통곡의 벽'을 세웠던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은 "장동신은 자기 관리도 잘하고 책임감 있게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다. '펜싱의 황태자'답게 순발력도 좋고 디펜스에서 책임감 있게 믿음직한 팀 플레이를 해주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4강에 진출한 한국은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각) A조 2위 캐나다와 결승행 맞대결을 펼친다. 캐나다와의 준결승서도 골을 기대한다는 말에 장동신은 "저는 디펜스(수비) 20번 장동신입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큰 무대에서 어김없이 '킬러 본능'을 발휘하는 검투사는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뜻을 분명히 했다. "골 넣는 수비수도 좋지만. 수비수는 무조건 무실점이 우선이다. 캐나다전 내 목표는 무실점이다. 그래야 우리 팀이 한 골만 넣어도 이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캐나다는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 2018년 평창 대회 은메달을 따낸 '세계 2위'의 강호다. A조 조별예선에서 한국은 캐나다에 0대6으로 패했고, 4년 전 평창 준결승 땐 0대8로 패했다. 역대 전적은 35전 35패, 그래도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팀에게 포기란 없다.

4번째 패럴림픽 무대, 다시 준결승 진검승부에 나선 '베테랑' 장동신은 담담했다. "강팀 캐나다를 만날 준비도 차근차근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 킬러' 동하계 메달리스트는 펜싱과 아이스하키의 공통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펜싱도, 하키도 '싸움'이다. 하키는 찰나의 찬스에 상대를 제치고 패스를 줘야 한다. 펜싱은 상대의 칼을 막고 나가 찔러야 한다. 순간의 판단, '타이밍' 싸움이다."

평창 첫 동메달의 색깔을 바꿀 그 '찰나의 타이밍',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의 시간이 돌아왔다.

베이징(중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베이징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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