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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승부사' 씨름 감독들, 눈물 펑펑 흘린 사연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12-03 07:40


11월 28일 경북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년 위더스제약 민속씨름리그 5차 문경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90㎏ 이하)에 등극한 유영도(구미시청)가 김종하 감독과 장사인증서와 황소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11월 29일 경북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년 위더스제약 민속씨름리그 5차 문경장사씨름대회 한라장사(105㎏ 이하)에 등극한 우형원(용인백옥쌀)이 장덕제 감독과 장사인증서와 황소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린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선수들은 환호의 눈물, 혹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감독들은 다르다. 승패가 엇갈리는 살얼음 상황에서도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수장이기에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킨다. 냉정한 승부사. 하지만 감독들도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할 때가 있다.

지난달 28일 '2020년 위더스제약 민속씨름리그' 5차 문경장사씨름대회 금강급(90㎏ 이하) 장사 결정전이 펼쳐진 경북 문경체육관.

유영도(구미시청)가 김기수(태안군청)를 물리치고 15시즌 만에 실업 무대 첫 정상에 올랐다. 바로 그 순간 김종화 구미시청 감독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자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유영도 역시 김 감독을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유)영도가 서른 중반을 넘었다. 그 나이쯤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 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영도 역시 그 시기가 됐다. 게다가 실업 무대에서 1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은퇴를 하더라도 우승을 하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도에게 '한 번 더 해보자'고 말했다. 묵묵히 따라줬다.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했다. 영도가 장사에 등극한 순간 그런 것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눈물이 많이 났다. 그날의 얘기를 다시 하려니 지금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과거 박정석 이승욱 등을 장사로 이끈 지도자다. 하지만 그는 현역 시절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제자들의 아픈 마음을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그는 "선수 때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장사를 하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당장 가족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하다. 후배이자 제자들은 그러지 않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아직 꽃가마에 오르지 못한 선수도 많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하루 뒤인 29일에도 모래판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우형원(용인백옥쌀)이 데뷔한 지 17년이 되는 해에 처음으로 한라장사(105㎏ 이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만 39세 베테랑의 정상 등극에 장덕제 용인백옥쌀 감독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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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우)형원이 나이가 꽤 있다. 꼭 한 번 장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집념 하나로 어린 선수들보다 더 많이 운동했다. 형원이가 우승을 확정한 순간 그동안 훈련해온 시간이 생각나 기뻤다.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그는 "나 역시도 실업 감독으로 첫 장사를 봤다. 내가 승리했을 때보다 제자가 이겼을 때 더 기쁘다. 형원이가 나이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용기가 더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용기를 잘 발휘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형원이가 몸소 보여준 것"이라고 칭찬했다.

베테랑의 현역 시계는 길게 남지 않았다. 조급한 상황에서도 나이를 이겨내고 정상에 오른 선수들. 감독들의 마음까지 감동의 눈물로 만들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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