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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땅에 태극기를!" 펜싱코리아 '키다리아저씨' 최신원 회장[코카콜라 공로상 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4-28 15:57 | 최종수정 2020-04-29 06:58


제 25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공로상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SK네트웍스 회장)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우리 선수들이 이기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 그 기분은 현장서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68·SK네트웍스 회장)은 '세계 최강' 펜싱코리아의 수장으로서의 보람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즉답했다.

2018년 3월 제33대 대한펜싱협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자타공인 한국 펜싱의 열렬한 후원자이자 열혈 팬이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SK그랑프리 등 주요 대회 현장 1열엔 어김없이 목이 터져라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는 은발의 회장님이 있다. 대회가 끝나면 선수 전원을 초대해 '영양식' 만찬으로 노고를 위로한다. 메달을 딴 선수도, 따지 않은 선수도 똑같이 귀하다. 금메달 딴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고, 메달을 놓친 선수에겐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자"며 귀엣말을 건넨다. 최 회장은 펜싱협회에 매년 20억 원을 후원한다. 국가대표 주전도, 후보도 전폭적인 지원속에 매년 그랑프리,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포상금으로 3억 원을 선물했고,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겐 사비를 털어 역대 최고의 상금을 약속했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도, 아시안게임 3대회 연속 종합우승 기록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아시아 국가 첫 '세계선수권 3연패' 전무후무한 역사도 이런 화통하고 속 깊은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회장님의 진심을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자펜싱대표팀 주장 김정환은 "예전엔 국제대회 나가면 기죽을 때도 많았다. 지금은 어깨 좍 펴고 피스트에 나간다. 한국 펜싱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를 믿어주고 든든히 받쳐주시는 회장님이 뒤에 계신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속 트로피 전달 방식으로 진행된 '제25회 코카콜라체육대상'은 나눔의 행복을 아는, 한국 펜싱의 '키다리아저씨' 최신원 회장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펜싱인의 공로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 25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공로상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SK네트웍스 회장)과 최우수 선수상 펜싱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28일 코카콜라체육대상 공로상을 받아든 최 회장의 수상소감은 한없이 낮고 겸손했다.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림자일 뿐"이라며 손사래쳤다. "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다 우리 펜싱인들이 한 일"이라고 했다. "앞으로 더 잘하란 뜻으로 준 상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우리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회장은 이미 펜싱협회 사무국에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어떻게 더 잘 준비할지, 과학적 선수 지원 계획을 숙제로 냈다. 내달 7일 펜싱협회는 워크숍을 열고 전부문에 걸쳐 2021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재정비한다.
제 25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공로상을 수상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우수상 수상자 오상욱, 펜싱 국가대표 남녀 주장 김정환, 전희숙. 조병관기자

지난해 연말 '펜싱인의 밤' 송년행사에서 최 회장은 직접 '도쿄 땅에 태극기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날도 '도쿄 땅에 태극기를!'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최 회장은 "꽂아야지!"를 외쳤다. 해병대 258기 출신 최 회장의 국가관은 확고하다.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금메달보다 당당한 한국인의 자존심이다. 대회 현장에서도 선수들에게 늘 "가슴에 단 태극마크를 기억하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금메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가슴에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달고 나가서 당당히 싸워 이기는 분위기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한국인의 자존심이 있지 않나. 우린 그걸 지켜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을 향한 믿음과 자부심도 확고했다. "나는 우리선수들이 자존심만 갖고 자신 있게 경기에 나서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아시아 베스트다. 오상욱 봐라. 세계 베스트다. 런던올림픽 때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잊을 수 없다.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렸다. 도쿄에서도 꼭 더 해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아너스소사이어티 대표, 세계공동모금회 리더십 위원 '기부왕' 최 회장에게 대한펜싱협회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도움을 주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바라는 것도 없다. 그저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리고 한국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저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그게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니까"라며 웃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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