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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링크에서 사라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살아있습니다."
소공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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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른이 된 지금까지 스케이팅만 해왔다. 당분간 여유롭게 내려놓고 삶을 즐기고 싶다.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소치 올림픽이다. 운동 선수들 사이에 징크스가 있다. 세계기록을 세우면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딴 다는 징크스다. 그게 두려웠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 했다는 자체가 만족스럽다. 깔끔하고 완벽한 레이스였다.
-올림픽 메달들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밴쿠버 올림픽은 첫 금메달이라는 의미가 있다. 원래 3위 안에 들자는 목표였는데 깜짝 금메달을 따내 기뻤다. 소치 올림픽 금메달은 앞서 말했듯 세계신기록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2연패를 이뤘다는 의미다. 나 스스로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3연패 타이틀의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부상이 4년 전보다 커져가고 있었고, 또 우리나라여서 더 긴장됐던 면도 있었다. 그래도 평창 은메달이 굉장히 예쁘다.(웃음) 지금 돌아보면 다 좋은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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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은퇴 기사가 나오자 고다이라가 깜짝 놀라며 '농담 아니냐. 잘못된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두고 보자'고 했는데,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알리게 됐다. 평소 고다이라와는 메시지를 자주 주고 받는다. 중학교 때부터 우정이 깊다. 고다이라는 아직 현역인데,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고 너무 욕심내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 나가노에 놀러가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오라더라. 조만간 찾아갈 계획이다.
-은퇴에 관해 부모님의 반응은.
계속 운동하는 걸 원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말씀 안 드렸다. 속상해 하실까봐. 오늘 잘하고 오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서운함이 묻어있는 듯 했다. 사실 나도 (마음이)이런 데 부모님은 어떠실까. 겨울에 딸이 운동하는 모습을 못 보시니까 더 하신 것 같다. 앞으로 잘 달래드려야 할 것 같다.
-향후 지도자로 나설 계획은 있나.
은퇴를 결정한 게 올해다. 작년 평창 때는 꼭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서 은퇴라든가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이제부터 차차 향후 진로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나의 은퇴로 인해 스피드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할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해 지도자 생각도 있긴 하다. 우선은 개인적인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결정하겠다.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밴쿠버 삼총사' 중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현역인데.(모태범은 경륜으로 전환)
모태범은 다른 종목으로 갔는데 가끔 연락하면 '같이 운동할 때 좋았다'고 한다. 힘들다고 하더라. 모태범이나 이승훈이나 아직 현역이니 각자 분야 최선을 다하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이상화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
예전 평창 대회 때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또 열심히 노력했고, 안되는 걸 되게 하는 선수였다고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만약 참가할 수 있었다면.
여전히 부담감 속에 떨었을 것 같다. 항상 1등 이미지가 있는지 2등만 해도 죄짓는 분위기였다. 그런 점 때문에 평창 때도 힘들었다. 준비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해설위원 혹은 코치로서 꼭 참가하고 싶다.
-고마운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 될 때까지 가르쳐 주신 모든 코치 선생님들과 여러 모로 도와주신 분들이 엄청 많다. 또 소치 때부터 평창까지 함께해 준 케빈 코치에게도 고맙다. 캐나다로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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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이다. 나이가 어리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내가 어릴 때와 비슷한 것 같다. 평창 때도 같이 방을 썼는데, 글쎄 나보다 11~12살 어린 후배가 언니에게 떨지 말라고 하더라. 신체조건도 좋아서 500m 뿐만 아니라 1000m까지 연습해서 최강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람을 끄고 편히 자고 싶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제대로 편히 자본 적이 없다.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평창 올림픽 준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지금도 하루에 네 번 훈련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제 보통사람처럼 편하게 지내고 싶다.
-최고가 될 수 있는 덕목을 밝힌다면.
주변에 보면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쟤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안되는 걸 되게끔 운동으로만 노력해왔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취재진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비록 이상화는 링크에서 사라지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은 아직 살아있다. 변함없는 응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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