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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運:청소년운동]'전국대회V3'하계中 여학생들은 왜 이렇게 핸드볼을 잘할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2-11 05:00



학교체육 서울 하계중학교 핸드볼스포츠클럽 하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여자 중등부 핸드볼 우승!'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중학교 교문을 들어서자 우승 자축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하계중 여학생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광주에서 열린 전국대회, 서울시 대표로 나서 16개 시도 중 당당 1위에 올랐다. 2016년 이후 3연패 위업을 썼다. 하계중은 자타공인, 2018년 전국에서 핸드볼을 가장 즐기고, 가장 잘하는 학교다.

하계중 여학생들은 어떻게 이렇게 핸드볼을 잘하게 된 것일까. 교정까지 울려퍼지는 높은 웃음소리를 따라가다보니 아담한 체육관이 나왔다. 이틀 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여학생들이 현란한 패스를 주고받더니, 거침없이 날아오르며 강슛을 날렸다.


하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1.20/

하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1.20/

학교체육 서울 하계중학교 핸드볼스포츠클럽  하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핸드볼협회가 주관하는 '청소년체육활동지원 여학생 스포츠 핸드볼 교실'에 답이 있었다. 시도 교육청 산하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매년 3~12월, 총 17회차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 전국 47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됐다. 체육회와 협회가 학교 현장에 공과 유니폼을 지원하고, 국가대표 및 은퇴선수 출신 강사를 파견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전수한다. '우생순'의 기적을 쓴 우선희, 최임정 등 내로라하는 '국대'들이 서울, 인천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달린다.



서울시청 에이스 시절 윤현경

이날 하계중 체육관에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왼손잡이 미녀 에이스' 윤현경은 은퇴 후 2015년부터 하계중 여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윤현경 강사는 "아이들이 국대 선생님을 무척 신기해 한다. 동영상을 찾아보고 와서 '이 슈팅,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묻기도 한다. 기본기와 기술을 잘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17회 수업의 출석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핸드볼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들은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좀만 더해요"라고 조를 정도다. 여학생들에게도 좋은 종목이다. 윤 강사는 "핸드볼은 단체종목이기 때문에 이 또래 여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협동과 배려, 이해심을 익히기에 좋은 종목"이라면서 "선배가 후배를 챙기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끈끈함이 생긴다"고 했다.

하계중에는 자타공인 '핸드볼 전도사' 유신열 부장교사도 있다. 신상중을 3년 연속 우승시킨 후 2015년 하계중에 부임했다. 이후 '명가의 기운'을 하계중이 이어받았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전국대회 3연패 역사를 썼다. 유 교사도 여학생에게 핸드볼이 좋은 이유를 설파했다. "중2~3학년 여학생들은 좌충우돌, 질풍노도의 시기다. 신체활동을 꺼려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찌 보면 운동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핸드볼에는 달리고 부딪치고 던지고 점프하고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무엇보다 협동심과 리더십을 키우는 단체운동이다. 몸과 마음에 모두 좋은 운동이다." 전국 최강, '핸드볼 제자'들에 대한 자부심도 넘쳐났다. "우리 클럽에는 전교1등, 전교회장, 전교 6등, 8등이 다 있다. 운동도 공부도 모두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다. 한바탕 놀고 나서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집중한다"고 귀띔했다.

열정 넘치는 유 교사와 국가대표 출신 윤 강사의 협업은 학교체육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유 교사는 "핸드볼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내가 직접 디테일한 지도나 전문적인 기술을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가대표 출신 윤현경 강사가 기본기와 기술을 꼼꼼히 가르쳐주니 확실히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전국대회 3연패의 비결은 이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들이 온전히 핸드볼을 즐기는 데 있다.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아낌없이 지원해온 정낙영 하계중 교장은 "우리 학생들은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한다. 1100명의 학생들이 아침, 점심마다 운동한다. 운동장, 체육관이 늘 바글바글하다. 체육교사, 학생들의 열정이 넘치는 건강한 학교"라며 뿌듯함을 표했다. "아쉬운 점은 체육관이 너무 작다.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날 하계중 체육관엔 '이웃사촌' 혜성여고 언니들이 찾아와 함께 뛰었다. 마치 한 팀처럼 자연스러웠다. '여학생 핸드볼 교실'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대한핸드볼협회 경기국 이은미 차장이 흥미로운 일화를 전했다. "하계중에서 2연패하고 졸업한 아이들이 바로 옆 혜성여고에 진학한 후 올해 핸드볼 스포츠클럽을 창단했다. 1학년으로만 이뤄진 혜성여고 팀도 올해 전국대회 여고부에서 우승했다."

혜성여고 주장 하귀주양(16)은 "핸드볼을 결코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하계중 핸드볼 클럽 우승 멤버 6명이 혜성여고에 진학했다. 귀주양은 "고등학교에 간 후 체육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전국우승도 해봤다. 팀을 만들어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팀을 만들어주셨다. 최선을 다해 절실하게 뛰다보니 창단 첫해인 올해 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게 됐다"며 웃었다.

핸드볼을 사랑하는 하계중 3학년생들은 내년 혜성여고 진학을 희망했다. '하계중 주장' 오민서양(15)은 "저도 내년에 혜성여고로 간다. 당연히 핸드볼 때문"이라며 웃었다. 민서양은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자타공인 모범생이다. 전교 7~8등 성적에, 빼어난 기량과 리더십을 갖췄다. 선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다. "우리는 핸드볼 하려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요. 성적 떨어지면 핸드볼 못하게 할까봐 여기 오려고, 공부할 때 더 열심히 해요"라고 했다. 졸업을 앞둔 '캡틴'에게 핸드볼의 의미를 물었다. "저희는 핸드볼 덕분에 학교를 다녔어요. 핸드볼이 없었다면 학교생활이 정말 재미 없었을 거예요. 2학년 땐 매일 쉬는 시간마다 모여서 연습했어요." 민서양 주위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핸드볼이 좋은 이유를 묻기가 무섭게 '열혈 소녀'들이 앞다퉈 소리쳤다. "완전 재미있어요!" "살 빠져요!" "예뻐져요!" "건강해져요!"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하계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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