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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단일팀X2032올림픽X2030월드컵,남북 정상이 나눌 체육 이야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9-18 05:30


지난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스위스전 직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는 남북 평화의 길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는 이례적으로 '아시아경기대회 공동진출'이 명시됐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은 '코리아'라는 국호로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이 울리는 가운데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입장했다. 대한민국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가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전세계에 하나된 남북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자농구, 카누, 용선 등 3개 종목 남북단일팀은 손발을 맞춘 지 불과 20일만에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는 경이로운 성과를 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직후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18~20일), 남북이 하나 된 스포츠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유쾌하고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주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도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공식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다. 도 장관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 등과 함께 14명의 공식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오갈 스포츠 관련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북한 농구 에이스 로숙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일단 가장 가까운 남북 스포츠 현안은 남북통일농구다. 지난 7월, 평양에서 개최된 통일농구는 추석 직후인 10월 3일부터 남측에서 열릴 예정이다. 농구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인 데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측 임영희 박지수 북측 로숙영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은메달까지 따낸 만큼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문체부 관계자는 "남북체육교류가 남북관계의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고, 정상회담의 메인 주제는 아니지만, 장관님이 직접 방북하시기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남북통일농구의 시기, 장소, 규모 등 세부사항도 모두 확정될 것"이라고 봤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선수단의 지속적 교류와 협력을 위한 합동훈련 등 구체적 방법들도 논의될 예정이다. 도 장관은 지난 12일 한중일 3국 스포츠 장관 회담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단일팀을 제대로 만들려면 대표 선발부터 훈련까지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북한 체육상을 만나 단일팀 구성이 가능한 종목 등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남북 공동진출을 위한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도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때는 IOC가 추가 쿼터를 주는 형식으로 단일 종목에 한해 단일팀이 진행됐다. 1회성, 단일 이벤트가 아닌 예선전을 함께 치러서 나간다든지 하는 방법들을 고민중이다. 올림픽까지 채 2년이 안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 장관이 한중일 스포츠장관 회담에서 중국, 일본 측에 협조를 요청한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훈장 수여를 위해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직접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이 직접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2024년(파리) 2028년(로스엔젤레스) 개최지가 정해진 상황에서 2032년 유치가 현실가능한 목표다. 평창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을 열렬히 지지했던 바흐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과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안에 대해서도 대단히 호의적이다.


도 장관은 1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식에서 "서울올림픽은 앞선 동서 국가가 12년 만에 '손에 손잡고'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과 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개회식에 공동 입장하며 '대립의 벽을 무너뜨리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한민족이 진전된 평화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세계와 소통하는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바흐 IOC 위원장도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면서 "18일 시작하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이 2032년 올림픽 공동 유치를 합의하고, 선언하길 바란다. 남북 공동올림픽은 북한을 세계 무대로 끌어내는 불가역적 선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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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대표로 내세운 축구의 경우, 2030년 혹은 2034년 '동북아' 남북중일월드컵 공동개최 및 경평축구, 유소년 교류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총감독이 수행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탁구의 경우 남북교류가 가장 활발한 종목이다. 국제탁구연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올해 할름스타드세계선수권에서 27년만에 여자탁구 단일팀을 전격 결성했고, 지난 7월 코리아오픈탁구에선 남북 복식, 혼합복식팀이 단일팀으로 나섰다. 오스트리아오픈, 스웨덴오픈, 그랜드파이널 등에서도 서효원-김송이, 장우진-차효심 등 남북복식조가 한팀으로 나선다. 이번 방북에선 2020년 부산탁구세계선수권, 도쿄올림픽에서의 남북 단일팀과 합동훈련 및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이 높다.

문체부는 올해 평창올림픽,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향후 남북 스포츠의 미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가운데 함께 좋은 성과를 이어가면, 남북의 공동진출은 향후 정례화, 제도화될 것이다. 이번 정부 내에 정례화된 틀을 만드는 것이 과제다. 불확실성을 줄여 향후 남북 체육교류를 안정적,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과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 틀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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