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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배구가 투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란과의 전적도 절대 열세였다. 2008년 이후 최근 12경기에서 1승11패로 절대 열세였다. 마지막 승리는 3년전인 2015년 아시아남자선수권에서 3대1로 승리한 것. 이후 2016년 태국에서 열린 AVC배구대회, 지난해 이란 아르다빌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에서 연거푸 0대3으로 패했다. 올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도 1대3으로 패했다.
힘과 높이에서 우위인 이란은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섰다. 1세트를 17-25로 내줬다. 이란 팬들의 시끌벅적한 '부부젤라' 응원이 코트를 장악했다. 이들은 한국의 서브때마다 부부젤라를 시끄럽게 불며 집중력을 흐트리려 했지만 개의치않았다. 2세트 3-7에서 5-7까지 따라붙으며 투혼을 발휘했다. 한선수의 서브에 이은 최민호, 정지석의 스파이크가 잇달아 작렬하며 9-9 타이를 이뤘다."대~한민국" 함성이 자카르타 배구장에 울려퍼졌다. 9-10에서 다시 최민호의 스파이크가 작렬했다. 그러나 이후 리시브 난조로 내리 3점을 내주며 10-13까지 밀렸다. 타임아웃 이후 심기일전했다. 전광인의 날선 스파이크가 작렬하며 17-18까지 따라붙었다. 이후 다시 이란에게 2점을 내줬지만 문성민의 스파이크가 성공하며 18-20을 기록했다. 한포인트, 한포인트 최선을 다했다. 19-21에서 김호철 감독은 한선수를 빼고 서재덕, 문성민을 빼고 이민규를 투입했다. 서재덕의 호쾌한 스파이크가 터지며 21-23, 그러나 중차대한 순간에 김재휘의 서브미스는 아쉬웠다. 2세트를 22-25로 마무리했다. 3세트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초반 3-1까지 앞서나갔다. 3-3, 4-4 타이가 이어졌다. 금메달을 쉽게 내줄 뜻은 없었다. 한선수의 블로킹, 전광인의 스파이크가 먹혀들며 9-9, 10-10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막판 잇단 실책이 아쉬웠다. 서재덕과 전광인이 잇달아 서브 범실을 하며 16-21로 밀렸다. 정지석과 서재덕이 잇달아 블로킹에 성공하며 20-22로 따라붙었다. 김규민 속공으로 1점을 추가하며 23-21로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다.
2002 부산 대회, 2006년 도하 대회에서 2연속 금메달,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한국 남자 배구는 이날 결승진출과 함께 은메달을 따내며 메달색을 바꿨다.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금빛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여름밤, 혼신의 힘을 다한 사나이들의 한판 승부였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