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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부담감을 떨쳐내고 본연의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실력보다 심리가 더 중요해졌다. 대회 첫 날 우슈와 펜싱이 이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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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4강에는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올라와 있었다. '베테랑 펜서' 정진선과 리우올림픽 '할 수 있다'의 신화를 쓴 박상영이었다. 한국 펜싱 관계자 사이에서는 금빛 기대감이 컸다.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전 피스트에서 마주서는 그림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진선은 4강전에서, 박상영은 결승에서 모두 카자흐스탄의 알렉사닌 드미트리에 패했다.
이 패배에 공통점이 있다. 경기 운영이 평소의 정진선이나 박상영같지 않았다. 빨리 승부를 끝내려는 듯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박상영은 무릎 부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고 하지만 이건 패배의 핵심 요인이 아니다. 선수 본인이 직접 "부상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간 면이 크다"고 냉철히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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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성 역시 심리적 부담감을 실패 요인으로 짚었다. 경기 후 만난 이하성은 "거기서 움직이면 안되는 건데, 너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긴장을 했다"면서 "결국 다 내 실수"라고 크게 자책하고 있었다. 비록 중국 랭킹 1위인 순페이위안이 출전해 앞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술의 정확성과 완성도 면에서 평소의 이하성도 뒤질 게 없었다. '평소처럼'을 유지했다면 좋은 경쟁을 해볼 만 했다. 그러나 결국 이하성은 상대가 아닌 부담감에 지고 말았다. 남은 한국 선수단의 메달레이스에도 심리적 안정과 부담심의 배제가 중요한 전략이 될 것 같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