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있는 전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 박종팔 부부가 운영하는 불암산 건강힐링센터를 찾았다. 과거 박종팔의 스파링 파트너였던 원동희, 채예석 등과 함께. 두 사람은 80년대를 전후하여 중량급 스파링 파트너가 귀하던 그 시절 일당 1만 원의 수고비(?)를 받고 박종팔의 해머 펀치를 육탄으로 커버하며 사투를 벌였던 동료다. 이들도 정상급 복서였지만, 박종팔의 강타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싹이 트기도 전에 조기 은퇴한 사연 많은 복서들이다. 북극성 같은 챔피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별이 유성처럼 사라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33년 전 박종팔과 인상 깊은 두 차례 혈투를 벌였던 '구월산 유격대' 노창환도 합류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그는 인근에서 '소리봉가든'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노창환은 현역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도 '잡초 복서' 특유의 근성 있고 인상 깊은 파이팅을 보여줘 많은 팬을 확보한 중견 복서였다. 박종팔은 수락산 자락에서 운영하던 음식점을 접고 하산하여 얼마 전까지 서울 장안동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던 관장이었다. 하지만, 환갑을 앞둔 박종팔은 복싱에 여생을 걸기에는 모든 환경과 여건이 상전벽해가 됐다는 현실을 깨닫고 2년 전 체육관을 정리한 후 도심을 떠나 불암산 기슭에 1만 평의 임야를 매입, 건강힐링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병풍처럼 펼쳐진 불암산 자락의 쾌적한 환경에 풀장과 황토방을 만들고 샌드백까지 매달아 복싱을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원포인트 레슨도 해준다고 한다. 박종팔은 노창환과 동료 일행을 보자 특유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아따, 살아 있응게 또 보게 되는 구마이라"하며 반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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