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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D-9]13년만에 뭉친 인어공주10人이 쓸 아름다운 동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09 05:30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선수들(이리영 엄지완 최정연 백서연 구예모 정영희 이재현 이유진 김소진 김준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아티스틱스위밍 대표 선수들(이리영 엄지완 최정연 백서연 구예모 정영희 이재현 이유진 김소진 김준희)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3년만의 도전, 우리들의 아시안게임도 응원해주세요."

110년만의 폭염이 찾아든 2018년 여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한켠에 자리잡은 수영장을 찾았다. 시원한 물보라를 뿜어내던 '인어공주'들이 해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8명이 마치 한몸인 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티스틱스위밍 단체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다. 취재 카메라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맑고 예쁘다.


아티스틱스위밍은 과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 불리다 지난해 이름이 바뀌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2인조 경기인 듀엣과 8명이 호흡을 맞추는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다. 고등학생 7명, 대학생 3명으로 구성된 10명의 국가대표(이리영 엄지완 최정연 백서연 구예모 정영희 이재현 이유진 김소진 김준희)들의 피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년간 매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진천에서 훈련한 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오전 수업을 듣고 다시 진천으로 내려와 오후 2시부터 7~8시까지 훈련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꼬박 소화해왔다. 하루 8시간의 단내나는 훈련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수행해왔다. 물 속에서 김효미 대표팀 코치의 '숟가락 박자'에 맞춰 같은 동작을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무한반복한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아티스틱스위밍 대표팀 주장 엄지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아티스틱스위밍 듀엣 종목에 출전하는 엄지완 최정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렸다. 아티스틱스위밍 듀엣 종목 이리영 최정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아티스틱스위밍 대표팀 김효미 코치, 요시다 미호 코치와 선수들 (이리영 엄지완 최정연 백서연 구예모 정영희 이재현 이유진 김소진 김준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8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오직 훈련, 또 훈련뿐이다. 대학교 4학년, 주장이자 맏언니인 엄지완은 "힘들지만, 힘들지 않아요. 우리는 아티스틱스위밍을 정말 사랑하거든요"라며 미소 지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건 반드시 이뤄야할 꿈이 있기 때문이다.

맏언니이자 주장인 엄지완은 듀엣, 단체 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듀엣 종목은 매 대회 출전해왔지만 단체 종목은 실로 오랜만이다. 지난해, 13년만에 처음으로 단체 대표팀이 구성됐다. 대한수영연맹은 관리단체였던 지난해 국가대표 출신 박지영 관리위원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일본, 캐나다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일본 국적의 요시다 미호 코치도 영입했다. 유명 안무가로부터 프로그램을 받았다. 대표팀 10명 중 8명의 선수가 규정종목(테크니컬 루틴)과 자유종목(프리 루틴)에 도전해 순위를 가린다. 듀엣 규정종목(테크니컬 루틴)에는 최정연, 엄지완, 듀엣 자유종목(프리 루틴)에는 최정연, 이리영이 나선다.





지난 4월 말, 난생 처음으로 출전한 재팬오픈 단체전에서 이들은 세계 4위에 올랐다. 피나는 노력은 빛나는 성적으로 보상받았다. 규정종목에서 79.0830점으로 일본,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4위, 자유종목에서 79.4667점으로 일본, 프랑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80점대에 육박하는 호성적을 받아들었다. 예상점수보다 무려 10점 이상 점수를 끌어올리며 국제 아티스틱스위밍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이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캡틴' 엄지완은 "재팬오픈에서 기대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칭찬도 많이 받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27~28일 듀엣 경기에 이어 29일 단체전이 시작된다. 10명 가운데 컨디션이 좋은 8명이 단체전에 나선다. 누가 출전하든 개의치 않는 '원팀'이다. 서로를 향한 믿음은 확고하다. 어느 포지션에 누가 서든 어떤 연기를 맡든 눈 감고도 척척 소화해낼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첫 도전하는 이들의 사명감은 남다르다. 엄지완은 "단체팀이 13년만에 재결성됐어요. 우리는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이 한국 아티스틱스위밍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눈을 빛냈다.

세상에 작은 선수는 없다. 유력한 메달 후보가 아닌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해도, 이들이 흘린 땀과 가슴에 품은 꿈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이들의 도전과 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 하루 8시간, 피나는 훈련의 성과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엄지완은 "아티스틱스위밍은 직접 보면 훨씬 아름답고 역동적인 종목이다. 13년만에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기왕이면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 종목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아티스틱스위밍 대표팀 선수들 (이리영 엄지완 최정연 백서연 구예모 정영희 이재현 이유진 김소진 김준희)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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