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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체육교류 새로운 시도…배드민턴 불모지 북한을 양지로 인도하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6-12 05:30


지난 5월 열린 2018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및 한일 생활체육배드민턴 교류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앞으로 북한 생활체육 배드민턴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배드민턴은 탁구와 함께 대표적인 구기종목 '효자'로 꼽힌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메달사냥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같은 '효자'지만 남북 교류 측면에서 보면 '극과 극'이다. 1991년 지바세세계선수권에서 '코리아' 단일팀으로 우승했던 탁구는 '2018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초 스웨덴 할름스타드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단일팀을 전격 구성하는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하다.

반면 배드민턴은 교류 역사가 없다.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원국에서 갑자기 탈퇴했다. 이 때문에 BWF 주최 각종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세계랭킹 포인트가 없으니 올림픽 같은 지구촌 스포츠 축제에 함께 할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북한은 배드민턴 불모지나 다름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부회장은 "북한의 성인국가대표 수준은 한국의 학생선수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외 교류가 없는 데다, 북한 내부에서도 인기 종목이 아니어서 엘리트 선수 육성이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드민턴은 장비 구입, 장소 확보에 부담이 덜한 까닭에 북한 주민들의 선호 여가활동 중 하나다. "네트가 없으니 줄 하나 쳐놓고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잘 짜여진 지역 클럽은 아니지만 과거 '동네축구'처럼 동호인 모임 정도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는 게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아시아배드민턴연맹(BAC) 홈페이지 회원국 소개 코너에 다시 등장한 북한배드민턴협회 소개글.


북한 배드민턴이 이런 상황이라면 탁구처럼 엘리트 단일팀같은 거창한 시도는 불가능하다. 일단 음지에서 양지로 인도하는 게 급선무다. 작은 발걸음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되는 것이다.


유력한 '작은 발걸음'이 민간 차원의 동호인 교류다. 여기에 학교체육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학생(주니어)선수의 소통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수준 차이가 너무 큰 엘리트 성인대표팀에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남북 배드민턴 교류의 물꼬를 넓혀나가는 게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아시아배드민턴연맹(BAC)에 다시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AC는 BWF의 대륙별 산하단체다. BAC와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를 계기로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에 맞춘 사업을 구상중이다.

먼저 오는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기로 했다.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북한이 주니어선수권을 통해 부활한다면 남북 청소년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평화의 만남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 정상급 수준인 한국 주니어배드민턴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공유할 수 있다.

협회는 이와 함께 북한 동호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생활체육배드민턴 행사에 함께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교류가 없던 북한배드민턴협회와의 연락을 위해 BAC 집행부를 통해 연락선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AC 부회장이기도 한 협회 김 부회장은 "북한측과 접촉은 통일부 등 관계당국의 승인 등 선행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배드민턴이 BAC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무대에 완전히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회원국 회비를 납부할 여력이 없어서 BWF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에 협회는 평화적 교류 차원에서 북한측 회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이다.

배드민턴 불모지 북한을 양지로 인도하기, 남북 체육교류의 새로운 시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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