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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첫해 가을야구, 3년안에 우승!"
손호영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등 젊은 타자들이 일제히 잠재력을 터뜨리며 팀 타율 2위, 팀 OPS(장타율+출루율) 2위의 막강한 타선이 만들어졌다. 스스로도 "타자는 잘 안다"라고 자신하는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김주찬(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 임훈 등 비교적 젊은 코치진의 가르침이 제대로 통한 결과였다.
반면 투수진은 여러모로 삐걱거렸다. 윌커슨-반즈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은 좋았지만, 윌커슨은 압도적이지 못했고 반즈는 한달 넘게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다. 시즌초에는 박세웅마저 흔들렸고, 개인사에 휘말린 나균안을 비롯한 하위 선발진도 부진했다. 김진욱이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홀로 버틸만한 재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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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난 겨울 특별한 보강도 없었다. FA 김원중-구승민을 눌러앉히고, 목까지 차오른 샐러리캡을 관리한 것만으로도 만만찮았다. 육성선수를 대규모로 선발한게 고작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투타 공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체 4순위로 뽑은 신인 김태현도 좋은 선수라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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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올해 목표를 묻자 "가을야구 가야지 진짜"라며 호탕한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첫 시즌에 대해선 "시범경기 때 뚜껑을 열어보니 계산이 안나왔고, (트레이드 등)여러가지 실험을 했다"면서 "야수진은 자리가 잡혔고, 투수 쪽은 좀 어수선했는데 올해는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으로선 2022년 두산 마지막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가을야구 실패다. 7년 연속 가을야구도 아니고 '한국시리즈'에 오르던 남자 입장에선 굴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롯데만큼 가을야구가 절박한 팀도 없다. 지난해까지 포함 2012년 이후 12년간 단 1번 가을야구에 그쳤다.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2018년부터 7년 연속 실패.
조건을 한국시리즈로 좁히면 1999년 이후 무려 25시즌 동안 큰무대 맛을 보지 못했다. 타격 7관왕, 트리플크라운 2번에 빛나는 이대호는 끝내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하고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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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진의 경우 윌커슨 대신 새 외인 터커 데이비슨이 최대 변수다. 반즈와 박세웅이 지난해 후반기 모습을 보여주고, 김진욱이 4선발 자리에서 안정화되고, 5선발에 나균안이나 한현희 또는 박진을 비롯한 신예들 중 한명이 안착한다면 금상첨화다.
가장 큰 기대치는 불펜에 쏠려있다. 최준용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트레이드를 통해 정철원을 보강했다. 정철원은 두산 시절 김태형 감독과 김상진 퓨처스 투수코치의 애제자였다. 구승민-최준용-정철원-김원중의 뒷문은 정상가동된다면 최상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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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의 취임식 포부는 지켜질 수 있을까. 지난 1년을 지켜본 롯데 관계자와 팬들은 가을야구 좌절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명장은 다르다'는 평가에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우선 가을야구를 꾸준히 가는 강팀이 됐으면 한다. 한국시리즈나 우승은 재계약 이후 시즌에 보여줘도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태형 감독 자신의 자존심이 가장 크게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올해는 그 상처를 덮을만한 성과를 보여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