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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임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 토트넘이 양민혁을 그냥 방치하지 않고, 어떻게든 경기에 나설 기회를 주기 위해 임대를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구단이 움직이는 건 무언가 플랜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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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간단하고 명확한 메시지다. 오해의 여지가 단 1도 없다. 토트넘이 양민혁을 특별히 홀대하는 게 아니다.
구단의 기준에 맞춰 다른 10대 유망주 선수들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했고, 그 결과에 따라 육성 플랜을 가동하는 것일 뿐이다. 양민혁은 아쉽게도 현 시점에서 1군 출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을 특별대우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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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은 지난 12월 중순에 토트넘에 조기 합류했다. 원래 1월 합류가 예상됐지만, 토트넘 구단이 이례적으로 양민혁에게 더 일찍 합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조기에 EPL 데뷔전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순전히 토트넘이 양민혁의 상태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토트넘에는 양민혁 말고도 10대 유망주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수 년전부터 꾸준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재능있는 선수들을 끌어 모아왔다.
때문에 넘치는 유망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의 능력치를 명확히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향후 경기 투입시점을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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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손흥민이 여기 있다는 것이 (양민혁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구단 안팎에서 양민혁을 돕고 있다. 빠르게 정착하도록 도와주려며 적응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 토트넘 구단은 양민혁을 '아직 더 성장하고 적응해야 하는 어린 유망주'로 최종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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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교체 명단이 들아가긴 했지만, 경기에는 나가지 못했다. 벤치에 앉힌 건 실제로 경기에 투입하려는 뜻 보다는 벤치에서 직접 경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 정도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임대설은 양민혁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차피 지금 토트넘에서는 유스팀 외에는 경기에 나갈 기회가 없다. 팀 합류 한달이 넘었는데, 아직 못나온다는 건 최소한 이번 시즌에는 출전기회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임대 선수를 받은 팀은 당장 쓸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 초반 출전기회가 돌아간다. 이를 통해 실전 데뷔전을 치를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 실전경험을 누적하고 토트넘에 돌아가면,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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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이 처음부터 '꽃길'을 걷긴 불가능하고, 밑바닥부터 착실히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민혁은 지금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임대도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