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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인사이드]'완벽주의자'이상화 태블릿PC속에 뭐가 있길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05:00


6일 강릉오벌에서 첫 스타트 훈련을 마친 이상화가 태블릿 PC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다.
 강릉=전영지 기자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지난 6일 강릉선수촌 입촌 직후 '격전지'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단거리 종목 첫 훈련에 참가했다.

케빈 크로켓 캐나다대표팀 코치와 독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후 이날 오전 입국한 이상화는 시차도 채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케이트화부터 신었다. 김민선,정재웅, 차민규, 김민석, 김태윤 등 후배들과 링크를 몇바퀴 돌며 몸을 푼 후 이상화는 나홀로 빙판을 질주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조율했다. 스타트 훈련과 100m 구간 훈련을 마친 직후 코칭스태프가 이상화에게 뭔가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태블릿PC였다. 태블릿을 익숙하게 받아든 이상화는 영상을 수차례 리플레이했다. 골똘한 표정으로 화면을 예의주시하더니, 작심한 듯 다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6일 오후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에 임했다.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이상화.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06
태블릿PC 속 영상은 무엇이었을까. 스피드스케이팅 전담팀의 박정은 비디오 전력 분석관(42)은 "매 훈련 때마다 스타트, 100m 연습 등을 찍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박 분석관은 "태블릿을 컴퓨터에 연결해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게 하고 있다. 선수가 자신의 동작을 곧바로 확인하고, 다음 연습 때 보완점을 코치들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상화의 첫 금메달을 이끈 김관규 교수(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위원장)는 "500m는 초반 100m가 승부처다.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종속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상화가 첫 100m에서 0.1초 이상 이긴다면 무조건 승리한다"고 봤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 첫 훈련부터 승부처인 자신의 스타트와 100m 동작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전설의 3연패를 향한 완벽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하며 에너지를 모으는 중이다.



평창 금메달을 노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는 4대의 태블릿PC가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빙상연맹은 2015년 3월부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전담 지원팀을 구성했다. 박정은 비디오 전력분석관을 비롯 장철 장비담당관, 김대영 트레이너 등 의무 트레이너 2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지난 3년간 대표팀과 동고동락해왔다. 비디오 전력 분석관은 대표팀이 가는 모든 훈련장, 모든 경기의 기록을 남긴다. 박 분석관은 "개인별 영상을 모두 촬영해 태블릿으로 돌려보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개별적으로도 보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체육학과 출신으로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교 때까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박 분석관은 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선수들이 원하는 화면을 잡아낸다. 선수들은 박 분석관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고 자신의 동작을 분석한다. "경기장에 2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다. 전체 영상을 주기도 하고 스타트와 100m 구간 외에 3~4코너 영상을 원하는 경우 따로 찍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올시즌 4번의 월드컵 시리즈도 모두 촬영했다. 경기 영상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비교 및 분석 영상은 필요할 때마다 제작해 전달한다. 본인이 잘 탔을 때와 안 좋았을 때를 비교하는 영상, 다른 잘 타는 선수와 비교한 영상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간 이상화의 모든 영상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박 분석관은 "이상화는 이번 시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스타트, 기록 등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영상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화의 태블릿 속 콘텐츠에 대해 "이상화 선수의 경우 가끔씩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기도 한다. 스타트와 100m 구간을 끊어서 편집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단거리 종목은 100m가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 상위 10위권 선수의 자료는 모두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8일 이상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안방 올림픽의 즐거움을 표했다. '내가 왔드아! 내 경기장에서 환하게 웃을수있길! 하팅하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한민국 #우리나라 #우리경기장 #나의무대 #2018평창동계올림픽' 해시태그를 달았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빙속여제' 이상화 뒤에서 남자 5000m 3연패에 도전하는 '네덜란드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가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다.

'안방올림픽' 평창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위대한 스케이터' 이상화. 그는 현재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완벽하고 집요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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