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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빙구' 앞세운 백지선호, 강호 상대로도 통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2-17 18:31



졌지만 잘 싸웠다. 세계 최강을 만난 백지선호의 3경기를 설명할 수 있는 진부하지만,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백지선호가 16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스웨덴전을 끝으로 2017년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은 예상대로 3전 전패를 당했다. 1차전 캐나다전에서 2대4, 2차전 핀란드전에서는 1대4, 마지막 스웨덴전에서는 1대5로 패했다. 결과는 전패였지만 내용에서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채널원컵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로드맵의 중요한 일전이었다. 백지선호는 꾸준히 실력을 키웠지만 세계 강호와는 부딪혀본 적이 없다. 아이스하키는 철저한 계급제 사회다. 베트남이 브라질과도 연습경기를 할 수 있는 축구와 달리 아이스하키는 랭킹에 따라 연습경기 상대를 결정할 수 있다. 세계랭킹 21위 한국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지난 3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입국한 '세계 2위' 러시아가 그간 한국 아이스하키가 만난 가장 강한 상대였다. 당시 러시아는 젊은 선수 위주의 3진을 내보냈다. 한국은 2연패를 당했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강 캐나다와 세계 3위이자 지난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 우승팀 스웨덴, 세계랭킹 4위 핀란드와 차례로 격돌하는 채널원컵은 강호의 실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는 백지선호의 현 주소를 볼 수 있는 길이었다. 평창올림픽을 향한 준비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너무 크게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간 쌓아온 자신감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게다가 분위기도 썩 좋지 않았다. 올초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비롯해 사상 첫 톱디비전행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던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에서 3연패를 당했다. 덴마크(4대7), 오스트리아(3대8), 노르웨이(1대5) 등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내용까지 좋지 않았다. 결국 백지선 감독이 '칼'을 댔다. 지난달 27일부터 예정에 없던 소집훈련을 진행했다. 전술부터 정신적인 부분까지 다시 점검에 나섰다.

2주간 준비를 마치고 강호들을 상대한 백지선호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핀란드와 스웨덴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었고, 캐나다전에서는 무려 두 골이나 터뜨렸다. 캐나다와 핀란드는 100% 전력이 아니었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세계 2위 리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가 평창올림픽 출전을 유보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 수준이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의미있는 결과다.

특히 한국식 속공과 압박이 통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백 감독은 스피드와 체력을 강조한 한국식 아이스하키 완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디비전A 준우승 당시에도 빠른 속공과 전방위적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과 상대의 견제가 이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백지선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희망을 살렸다. 김기성-상욱 형제(안양 한라)는 3골을 합작하며 첨병 역할을 확실히 했다. 또, 지난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에서 부상으로 빠졌던 주전 수문장 맷 달튼은 3경기에서 155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143개를 막아내며 세이브성공률 0.923을 기록하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것도 소득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백지선 감독도 만족한 모습이었다. 백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첫 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매 경기를 치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스웨덴전에서는 선수들이 경험이 쌓이고 강팀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지며 이전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19일 귀국해 해산하며, 내년 1월 초 소집돼 평창올림픽 본선을 겨냥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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