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수준은 지난 6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1년 1월 이 용 감독(39)이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한국이 보유하던 썰매는 없었다. 현재도 한 곳 뿐인 훈련장 겸 경기장은 당연히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다른 국가의 썰매를 빌려 타거나 버린 썰매를 수리해 탔다. 스켈레톤 세계랭킹 2위 윤성빈(23·강원도청)도 중국산 썰매만 타던 시절이 있었다. 썰매가 뒤집어져 타 팀에 조롱거리가 됐을 때도 끓어오르는 화를 삭힐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스타트 0.03초를 줄여라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 '스타트'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결과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한 힘으로 빨리 밀어 썰매에 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아주 간단한 논리에도 썰매를 미는 자세와 탑승 동작 등 복합적인 기술이 녹아있다. 스타트 전담 코치까지 있을 정도다. 이외에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천부적인 재능이다. 달리기가 빨라야 한다. 이 감독은 "주행 능력은 훈련을 하면 어느 단계까지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는 다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피지컬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를 위한 천부적인 재능이 보이지 않으면 아예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가 되는 걸 만류한다"고 설명했다.
100% 수작업인 썰매 '날', 경험의 집약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썰매의 '날'이다. 눈이 올 때, 비가 올 때, 눈이 와도 추울 때 등 변화무쌍한 날씨 마다 트랙의 빙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날'을 달리 써야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있다. 부러운 건 독일, 라트비아 등과 같은 유럽 국가들이다. 썰매의 '날'은 한 개에 1000만원 수준이다. 비싸다. 그런데 독일은 썰매의 '날'을 수백개~수천개를 보유하고 있다. 어떤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하고 또 다른 선수들이 수십개의 날을 사용해 그렇게 모아진 날이 수백개, 수천개에 달한다. 긴 봅슬레이 종목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대표팀은 몇 개의 '날'을 보유하고 있을까. 아직 수십개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을 위해 새로운 '날'을 신청해놓았다. 이 감독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 마지막으로 지원해달라고 했다. 다만 구입하게 될 10~20개 중 테스트를 거치면 좋은 날은 1~2개에 그친다. 날은 100% 수작업이다. '날이 좋고 나쁘다'는 호불호가 갈린다. 날의 확보는 경험"이라고 전했다.
스위스 출신의 파비오 쉬르 장비 담당 코치의 노하우가 절실하다. 사실 파비오 쉬르는 아버지 한슐리 쉬르와 한국대표팀의 장비와 기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도중 코치진 내부 문제로 쉬르 부자가 팀을 떠나자 부진이 잇따랐다. 이에 대표팀은 다시 쉬르 부자 영입에 착수했고 영국대표팀과 계약이 종료된 아들 파비오 쉬르 영입에 성공했다. 파비오 쉬르 코치는 9월에 입국해 본격적인 장비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