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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남긴 2가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7-02 18:51


'태권도 성지' 무주 태권도원을 뜨겁게 달군 '세계 최고의 태권도 축제' 2017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7일간 열전을 끝내고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2011년 경주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역대 7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 최초의 기록을 새로 쓰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183개국에서 선수 970여 명과 임원 790여 명이 참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세계태권도대회 최초로 국가 수반이 참석한 대회로 기록됐고,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이 한국 땅을 찾아 WTF 행사 무대에 오른 것도 1966년 ITF, 1973년 WTF가 창립한 이후 처음이었다. 북한 이슈로 국내외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흥행도 성공했다. 평균 5000여명 이상이 매경기 경기장을 찾았다.

화제만큼이나 성적도 빛났다. 한국 태권도는 남녀 동반우승을 일궈냈다. 한국은 남자부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 여자부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땄다. 남자부는 종합점수에서 67점을 받아 러시아(62점·금1, 은3, 동1)와 이란(46점·은2, 동1)을 제쳤다. 여자부는 63점을 받아 터키(53점·금2, 은1)와 세르비아(38점·금2)에 앞섰다.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모두 종합우승을 차지한 건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대회 이후 4년 만이다. 폐막일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아름(고양시청)은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남자부 MVP는 87㎏초과급 금메달리스트 압둘 이소우포우(니제르)가 뽑혔다.

조정원 WTF 총재가 폐막식에서 2019년 개최지인 영국 맨체스터의 야와르 아바스 집행위원에게 대회기를 전달하며 무주 대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성황리에 끝난 이번 대회의 의미를 살펴봤다.


사진제공=무주세계선수권 조직위
핸드볼 스코어 속출, 호평받은 공격 태권도

이번 대회는 지난 11월 캐나다 버나비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규정된 룰이 첫 선을 보인 장이었다. WTF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가라테와 정면 대결을 앞두고 더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고 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일부 경기규칙을 손봤다. 우선 몸통 공격에 1점을 주던 것을 몸통 주먹 공격은 1점으로 유지하고 몸통 발차기 공격은 2점을 줬다. 재미없는 태권도의 대명사인 '발펜싱'을 막기 위해 3초간 다리를 그냥 들고 있거나 상대방의 유효한 공격을 막으려 허공에 3초간 차는 행위, 상대방의 발차기 공격을 방해하려고 다리를 올리는 행위나 허리 밑 방향으로 다리를 드는 행위 등은 가차 없이 감점 처리하기로 했다. 또 손을 사용해 미는 행위를 포함, 몸싸움을 대폭 허용한 점도 박진감을 높였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핸드볼 스코어가 쏟아졌다. WTF에 따르면 이번 대회 929경기 중 688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이 나왔다. 2라운드 종료 이후 20점 차 이상 벌어지면 경기를 끝내는 점수 차 승리도 105경기에서나 나왔다. 남자 68㎏급 금메달을 차지한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이 32강전서 예라실 카이르벡(카자흐스탄)과 맞붙었을 때의 스코어는 무려 39대27이었다. 막판까지 공세가 이어지고 역전에 역전이 거듭되는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양진방 WTF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발펜싱' 대신 기술 교환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했다. 기술 교환이 이루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체 조건이나 체력 보다 경기력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 기술이 좋은 한국, 터키, 러시아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감점에 대한 기준이다. 바뀐 규정에 따라 경고와 감점으로 나뉘었던 벌칙은 감점으로 통일됐다. 예전에는 한 차례 경고가 주어졌지만 이젠 곧바로 감점이 나온다. 또 감점 10회를 받으면 감점패가 된다. 그만큼 주심의 판정이 경기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실제로 감점 10점을 내주면 선언되는 반칙패가 부쩍 늘었다. 여기에 판단의 일관성이 떨어져 선수단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쪽 발을 들고 하는 경기 운영도 여전했다.


사진제공=무주세계선수권 조직위

태권도로 하나 된 남북, 물꼬 튼 교류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WTF와 ITF 간 협력의 고리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ITF 시범단은 이번 대회에서 4차례 역사적 시범공연을 펼쳤다. WTF와 ITF라는 두 갈래로 나뉘었지만 뿌리는 우리 고유의 스포츠, 태권도였다. 두 단체는 이번 대회를 통해 통합과 협력을 다짐했다. 당장 이번 ITF 시범단의 방한 기간 양측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방북 시범공연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냈다. WTF 시범단은 9월 16일 평양을 방문해 이튿날 개회식에서 시범을 선보이고 20일 돌아올 예정이다. WTF와 ITF는 또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기간 합동 시범공연도 추진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남북 체육 교류가 이뤄지며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24일 개회 축사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며 사실상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또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구실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폐막 당일에 맞춰 "남북태권도 시범단의 교류 확대를 국정과제로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화두는 역시 단일팀이다.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힘든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일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환영했다. 세계태권도대회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제안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며 남북 화해가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장 웅 북한 IOC 위원은 "남북단일팀 결성은 물론 북한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참가도 모두 어려울 것"이라며 거듭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만큼 3일 바흐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청와대 회통 결과에 따라 단일팀 문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회는 남북 체육 교류 협력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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