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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 챔피언' 박태환(28·인천시청)의 기록을 향한 목표는 확고했다. 2017년 자신의 첫 실전이자 '나홀로' 대표선발전인 미국 프로스윔시리즈에서 세계선수권을 향한 '기록 미션'에 집중했다.
박태환은 예선부터 작정한 듯 풀스퍼트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당시 기록한 시즌 베스트 48초77보다 0.15초나 앞당겼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자유형 100m 기준기록은 48초93이다. 예선전에서 이미 세계선수권 기준기록을 가뿐히 통과했다. 곧바로 이어진 자유형 400m 예선에서도 3분51초62,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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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400m에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기록을 보여주기 위해 자유형 100m 출전을 내려놓았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출전 목표는 메달 개수가 아닌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준비과정에서 최고의 기록을 만드는 것이다.
대회 스케줄이 나온 후 일찌감치 팀 레인 전담코치와 상의해 자유형 100m 예선만 뛰기로 결정했다. 예선에서 기준기록을 확보한 후, 자유형 400m 결선 레이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었다. 박태환은 계획대로 예선부터 역영을 펼쳤고 올시즌 세계 11위에 해당하는, 시즌 개인 베스트 기록으로 미션을 달성했다. 세계선수권 기록 목표를 예선에서 조기달성한 박태환은 '100m 금메달'보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 '집중'을 선택했다. 이날 자유형 100m 결선에서 1위에 오른 블레이크 피에로니의 기록은 49초18, 박태환의 예선 1위 기록에 한참 못미쳤다. 사실상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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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박태환은 3분44초38의 호기록으로, 절대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이 기록 또한 지난해 11월 도쿄아시아선수권에서 기록한 3분44초68보다 0.3초 빨랐다. 28세 수영선수의 세월을 거스르는 기록 향상은 피나는 노력의 증거다.
자유형 400m에 대한 박태환의 애착은 남다르다. 400m는 장거리의 지구력과 단거리의 스퍼트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궁극의 종목이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짜릿한 종목이기도 하다. '월드클래스' 박태환의 오늘을 있게한 대표종목이기도 하다. 10년전, 18세 때인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그랜트 해켓(호주)을 제치고 이 종목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년 전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400m의 레전드(Legend of 400m)'라는 글자를 수영모에 새긴 채 기적같은 금메달을 따냈다. 6년만의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출전을 준비함에 있어 400m는 박태환에게 같할 수밖에 없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7년간 엎치락뒤치락 경쟁해온 '라이벌' 쑨양이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선수권에서 3분42초16을 찍었다. 올시즌 세계 1위 기록이다. 박태환이 이날 기록한 3분44초38은 올시즌 세계 4위 기록이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박태환에게 400m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승부처다.
박태환은 이날 기록은 의미 있다. 200m 구간까지 1분51초07로 주파했다. 2010년 로마세계선수권에서 파울 비더만(독일)이 3분40초07의 세계기록을 찍을 당시 200m 기록 1분51초02와 흡사했다. 경기중 장내 아나운서의 "세계기록 페이스"라는 코멘트의 근거다. 첫 구간, 마지막 구간을 제외한 전구간에서 28초대를 찍었지만, 단 한구간 300~350m의 '29초28' 기록이 아쉬웠다. 2위와 6초 넘게 차이나는 압도적인 레이스, 경쟁자 없이 독주하는 환경도 기록에 영향을 미쳤다. 300m 이후 마지막 구간의 지구력과 기록을 살려낸다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도 호기록을 기대해볼 만하다.
박태환은 7일 자유형 200m, 8일 자유형 1500m에서 기준기록 통과와 함께 멀티 메달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