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슈틸리케호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 우즈베키스탄을 넘지 못하면 남은 길은 '경질'이라는 낭떠러지 뿐이었다. 2대1 역전승으로 기사회생하면서 2016년의 막을 내렸다. 불과 1년 전 80% 승률(16승3무1패), 17경기 무실점,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209개국 중 최소 실점(0.20골) 등의 화려한 기록 속에 구름 위를 걷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어두운 그림자는 야심차게 나섰던 6월 유럽 원정서 스페인전 부터였다. 1대6 참패의 굴욕을 당한 뒤부터 곡예비행이 시작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도 위태로운 비행은 멈추지 않았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이어져 온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기록(8회)이 깨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그라운드를 감쌌다. '이대로라면 본선에 나서도 걱정'이라는 자조는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동토(凍土)' 러시아로 시선을 고정했다. "팬들의 성원 속에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다. 아직 (최종예선) 5경기가 남아 있다. 쉬운 경기는 없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최종예선 A조 일정은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형세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1위 이란(승점 11·3승2무), 2위 대한민국(승점 10·3승1무1패), 3위 우즈벡(승점 9·3승2패)이 승점 1점차로 줄을 섰다. 1, 2위는 월드컵 직행, 3위는 플레이오프 나락으로 떨어진다. 세 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다. 살얼음판 경쟁은 최후의 순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슈틸리케호의 2017년 첫 걸음은 '원정'이다. 3월 23일 중국 쿤밍에서 최종예선 6차전을 갖는다. 이어 시리아(3월 28일·홈), 카타르(6월 13일·원정), 이란(8월 31일·홈), 우즈벡(9월 5일·원정)과 차례로 격돌한다. 매 경기가 '분수령'이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을 모셔온 중국은 안방에서 1차전 패배(2대3)에 대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첫 맞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뒀던 시리아 역시 또 한 번의 이변을 노리고 있다. 한낮 기온이 최대 50도에 달하는 6월의 카타르 원정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최근 4연패 중인 이란과의 홈 경기, 뒤이어 치르는 '다크호스' 우즈벡과의 최종전 모두 가시밭길이다. 지난해 치른 최종예선 원정 2경기서 무승(1무1패)에 그쳤던 슈틸리케호의 발걸음을 더듬어보면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실패가 반복되면 결과는 자명해 진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듯 하다. 일찌감치 '2017년 구상'에 돌입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게 카를로스 아르무아 수석코치, 차상광 골키퍼 코치,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포진한 A대표팀 코칭스태프에 2명의 코치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휴가 기간에도 유럽에서 기성용(28·스완지시티)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25·토트넘) 등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2017년은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목표의 성패가 결정되는 해다. 운명을 건 슈틸리케호의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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