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관이 명관이다.'
사격 진종오(37·KT), 양궁 기보배(28·광주시청), 레슬링 김현우(28·삼성생명), 펜싱 김지연(28·익산시청)이 주인공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이들은 풍부한 경험과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바탕으로 평생 한 번 따기도 힘든 금메달을 다시 한번 정조준하고 있다.
이처럼 뜨겁게 도전하는 청춘들이 있기에 리우올림픽을 관전하는 재미가 한층 높아진다.
리우올림픽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맏형이자 주장인 진종오는 "이번 올림픽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총끝에 한국 스포츠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달려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50m 권총 은메달을 딴 뒤 한국 취재단 기자회견에서 그가 내던진 뼈있는 한 마디가 아직도 생생하다. 올림픽 초보 출전자였던 그는 거침없는 신세대 화법으로 "올림픽 때만 그러지 말고 평소에도 비인기 종목에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작심 발언을 해 듣는 이를 부끄럽게 했다. 그랬던 진종오가 이제는 한국 스포츠사를 짊어질 거목으로 성장했다. 우선 한국 스포츠사 최초로 개인종목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2008년 베이징에서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2012년 런던서는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2관왕을 차지했다. 리우에서도 우승하면 한국 최초로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을 이루게 된다. 황경선(태권도 여자 67㎏급) 김기훈(쇼트트랙 남자 1000m) 전이경(쇼트트랙 여자 1000m)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등 2연패를 이룬 선수들은 있지만 같은 종목을 3회 연속 우승한 이는 없다. 한국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기록도 진종오에게 달렸다. 지난 3회 연속 출전한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3, 은2)을 수확한 그는 이번에 2개를 추가할 경우 '한국 양궁의 레전드' 김수녕(금4, 은1, 동1)이 갖고 있는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뛰어넘는다. 2관왕에 오르면 이 역시 최다 금메달 기록(종전 김수녕·전이경 4개)이 된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200.7점·2013년 7월 7일), 10m 공기권총(206.0점·2015년 4월 12일) 세계기록 보유자다. 미국의 데이터·테크놀로지 전문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최근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 10개를 전망하면서 그 중심에 2관왕 유력자 진종오를 언급할 정도다. 진종오는 "많은 분들이 3연패를 기대하셔서 부담스럽지만 우리나라 사격 역사에 3연패가 없었던 만큼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
기보배 "한국 양궁의 8연패에 집중하면…"
기보배는 한국 여자양궁 선수단의 맏언니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진종오와 함께 한국의 유이한 2관왕(개인·단체전)이었던 기보배는 이번에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의 대기록을 겨냥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의 시련을 딛고 '도전하는 청춘'으로 맞이하는 리우올림픽이라 감회가 새롭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던 기보배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아픈 시간을 보냈다. TV 해설위원으로 변신하기도 했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활을 다시 잡았고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데 이어 세계양궁연맹이 선정한 2015 올해의 선수가 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뽑은 '세계 50인의 스타'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기보배는 이번에도 개인전을 석권하면 올림픽 양궁 최초의 여자 개인전 2연패의 세계적인 '양궁 보배'가 된다. 하지만 기보배는 자신의 영광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여자양궁은 전무후무한 올림픽 단체전 8연패를 노리고 있다. "단체전에서의 영광을 위해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 리우올림픽을 대하는 기보배의 마음가짐이다.
|
예나 지금이나 패기와 자신감에서부터 믿음직한 재목이다.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금메달 유력 선수에서 레슬링 종목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김현우는 16년 만의 한국 레슬링 금자탑을 노린다. 성공하면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심권호가 각각 48kg급과 54kg급을 연달아 석권한 이후 첫 올림픽 2연패다. 김현우는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더니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끊겼던 레슬링 금맥을 되살렸다. 리우올림픽서는 체급을 올려 75kg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김현우의 레슬링을 완성하겠다"며 4년 전보다 업그레이드된 출사표를 올렸다. "한국의 '늪 레슬링'을 선보일 것이다. 상대가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해 질리도록 만드는 레슬링을 하겠다"는 게 김현우의 설명이다. 계체 종목에서 체급을 올리는 건 모험이지만 김현우에겐 예외다. 체급을 올린 2013년 첫 해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쓴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태 레슬링계 '그랜드슬램(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올림픽 제패)'을 달성했다. '제2의 심권호' 탄생을 알리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
김지연에게 따라붙는 별명은 '미녀검객'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차지하며 출중한 외모까지 더해져 스타덤에 올랐다. 런던올림픽 당시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5위였던 김지연은 사실 금메달까지 딸 것이라고 기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세계 1위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꺾으며 주변을 놀라게 했고, 결승서 세계 2위 소피아 벨리카야(러시아)마저 무찌르며 보는 이를 까무러치게 했다. 한국 여자펜싱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남녀 통틀어 사브르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펜싱의 이전 최고 성과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현희(플뢰레)의 은메달이었다. 4년 전 "빨리 경기마치고 런던 시내 구경하고 싶었다"며 설레임 가득한 소감을 전했던 그는 "지금은 2연패도 하고 싶고 단체전 금메달 욕심도 있어 긴장이 많이 된다"고 야망을 보였다. 4년 전 팀의 막내에서 단체전 멤버 중 맏언니로 위치가 바뀐 김지연은 단체전의 마지막 주자로 올림픽 경험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