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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일 오전 4시 55분.
담담했지만 결코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은 무려 4년을 기다린 꿈의 무대였다. 꼬박 24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도 '올림픽'이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꾹 참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돌릴 수 없었다. 이고임은 "속상하다"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30일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슷한 시각.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라탄 다른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이고임을 대신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이은주(17·강원체고)였다.
한살 터울인 이은주와 이고임은 올림픽을 향해 꿈을 키우던 동료이자 한때 올림픽 티켓을 두고 실력을 겨루던 라이벌이었다. 둘은 6월 열린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고임(100.325점)이 1위를 차지하며 이은주(97.225점)를 제치고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로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올림픽 바통을 넘겨 받은 이은주의 목표에는 후배를 위한 도전이 추가됐다. 안타깝게 리우를 떠난 이고임의 꿈까지 더해 힘차게 구름판을 디딘다. 한편, 귀국 후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은 이고임은 시련을 딛고 더 단단해질 내일을 향해 재활에 나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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