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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파이터와 아웃복서가 드디어 만난다.
전세계 복싱팬들이 누가 이길까를 놓고 설전을 벌여왔던 그 '세기의 대결'이 실제로 사흘 후면 열린다.
너무나 스타일로, 다른 길을 걸으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둘의 맞대결은 마치 영화와 같다. 팬들 사이에선 꿈과도 같은 매치였다.
파퀴아오는 필리핀의 작은 섬 민디나오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12살에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며 어려운 생활을 했던 파퀴아오는 단돈 2달러를 벌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 1998년 WBC 플라이급 타이틀을 따낸 파퀴아오는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레디 로치 코치의 지도하에 성숙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했다. 체급을 올리면서 승리를 쌓아 18㎏이 늘어나며 8체급을 평정했다. 전형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이다. 무조건 상대를 향해 전진해 주먹을 날린다. 상대의 펀치를 맞으면서 들어가 전광석화같은 연타로 상대를 누른다.
반면 메이웨더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아버지와 두 삼촌이 모두 복서였고 자연스레 복싱과 접했던 메이웨더는 이들의 조련속에서 완벽한 복서로 승리만을 해왔다. 전형적인 아웃복서. 링 전체를 활용할 줄 안다. 상대의 회심의 일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헛점을 놓치지 않는다. 헛 스윙을 하던 상대가 힘이 떨어지면 그때부턴 봐주지 않고 달려들어 KO를 뺏아냈다. 최근엔 판정으로 승부를 거는 경향이다. 안면에 펀치를 맞지 않아 복서답지 않게 '프리티 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둘은 30일 라스베이거스의 MGM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메이웨더는 "결전의 시간이 왔다. 이 곳에서 흥미진진하고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며 "복싱 역사상 가장 대단한 경기가 될 것"라고 말했다. 당연히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느낌이 좋다. 나는 강하다"라고 승리를 장담했다. 이에 파퀴아오는 "훌륭한 경기가 될 것이다. 오직 신만이 결과를 알고 있다"라며 "길거리에서 주린 배를 안고 자던 소년을 신께서 구원해 주셨다. 신이 내게 주신 힘으로 싸울 것이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메이웨더의 경기 운영이 워낙 뛰어나 파퀴아오의 저돌적인 돌파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KO보다는 판정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결을 국내에 생중계하는 SBS의 변정일 해설위원은 "풀라운드까지 가서 2∼3점차의 판정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했고, 황현철 해설위원도 "처음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맞대결 이야기가 나왔을 땐 KO로 승부가 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둘 다 파워와 내구성은 줄고 디펜스는 탁월해졌다"고 밝혔다. 둘의 예상은 달랐다. 황 위원은 근소한 차의 파퀴아오 승리를 예상했고, 변 위원은 "둘 다 위기를 맞겠지만 판정으로 갈 것 같고 메이웨더가 이길 것 같다"라고 했다.
세기의 대결답게 대전료도 천문학적이다. 총 대전료가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인데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 파퀴아오가 1억달러를 받기로 했다. 예상 흥행수입도 역대 최고인 4억달러(약 4300억원)로 추정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