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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BNK, 삼성생명이 펼치고 있던 1위 경쟁에 큰 돌발 변수가 터졌다.
키아나는 지난달 31일 우리은행전에서 3쿼터 초반 골밑슛을 시도하는 우리은행 김단비의 공을 스틸하려다 팔꿈치가 꺾였고, 정밀진단에서 팔꿈치 인대 파열을 확인했다. 3주 후 복귀를 목표로 휴식 이후 재활을 진행할 계획이라 남은 정규리그 6경기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혼혈 선수로 2022년 WNBA에서 뛰기도 했던 키아나는 올 시즌 23경기에 나와 경기당 평균 27분을 뛰며 13득점, 3.1어시스트 등을 기록중인 대체불가의 자원이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에다 센터 배혜윤과의 투맨 게임은 상대가 좀처럼 막기 힘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키아나의 존재감 덕에 동료 이해란과 강유림의 득점력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은 물론 윤예빈 이주연 등 부상중인 가드들을 대신해 경기를 리딩하기도 했다. 3년째에 접어든 한국 농구에 제법 녹아들었다.
어쨌든 우리은행, BNK를 2경기 이내로 쫓아가며 지난 2004겨울 시즌 이후 무려 21년만에 정규리그 1위를 노리는 삼성생명으로선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우려한대로 삼성생명은 '3각 편대'의 한 축인 키아나가 빠지자 배혜윤, 이해란의 위력마저 떨어지고 말았다. 삼성생명은 공격력이 위축된 대신 많은 선수들을 번갈아 투입하는 강력한 수비전으로 맞섰지만 좀처럼 달아나진 못했다.
삼성생명은 전반에만 상대의 박소희 박진영 등 신예들을 앞선부터 압박하며 무려 13개의 턴오버를 유도했지만, 강유림이 11득점을 올렸을 뿐 배혜윤과 이해란이 각각 6득점과 3득점에 그치며 31-29로 겨우 앞선 채 후반전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39-42로 뒤진 4쿼터 초반부터 독하게 달려들었다. 진안에 이어 유즈키까지 연속 득점에 가담하며 43-42로 다시 재역전에 성공했고, 끝까지 지켜냈다. 정예림이 경기 종료 1분 44초를 남기고 벼락같은 3점포를 성공, 52-45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고 길었던 연패의 터널을 벗어났다.
반면 삼성생명은 승부처인 4쿼터에서 배혜윤의 2득점 이후 5분 가까이 무득점에 그칠 정도로 공격 옵션 자체가 단조로웠고 2점슛 성공률이 29%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다. 이로써 1위 우리은행과의 승차가 2.5경기로 더 벌어진 삼성생명은 남은 경기에서 무리한 1위 도전보다는 경기력과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준비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