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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여자 쇼트트랙 잠 못 든 밤,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19 07:12


19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빅토리아 세리머니가 열렸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한국 대표팀 선수들(왼쪽부터 심석희, 김아랑, 박승희, 조해리, 공상정)이 밝게 웃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9.

겨울 아닌 겨울비가 내린 러시아 소치에 두 번째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조해리(28·고양시청)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 심석희(17·세화여고)가 시상대 맨꼭대기에 섰다. 5명의 여전사의 목에는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은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의 메달 수여식이 19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 메달 플라자에서 열렸다.

더 이상 눈물을 쏟아내지 않았다. 금빛 기운으로 환하게 미소지었다. 겨울비는 하늘의 축하 세리머니였다. 풀이 죽은 대한민국 선수단에는 단비였다.

2010년 밴쿠버 대회를 포함해 동메달만 3개인 박승희, 1500m에서 중국의 노련미에 당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에이스' 심석희, 밴쿠버의 주축이었던 백전노장 조해리, 기대주 김아랑과 공상정, 모두에게 첫 금메달이었다.


19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빅토리아 세리머니가 열렸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단상 위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9.
오늘 만큼은 이 기분을 누려보고 싶다고 했다. 메달을 품에 안은 그들은 잠 못드는 밤이었다. 지탄의 대상이 된 쇼트트랙에서 이뤄 낸 기분좋은 반전이라 더 특별했다. 밴쿠버에서 3000m 계주는 통한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를 필두로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했다. 결승전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했다.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번에는 2위를 차지한 중국이 실격됐다. 왜 일까. 심석희에게 아픔을 안긴 1500m 금메달리스트 저우양이 실수를 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교대하는 과정에서 저우양이 주로를 벗어나지 않아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했다. 교대할 때 2명이 아닌 3명이 주로에 있었던 셈이다. 실격이다. 미국 NBC의 해설을 맡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도 "매우 어려운 판단이지만, 정확한 판단"이라고 지지했다. 엇박자도 있었다. 당초 마지막 주자로 판커신이 나설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덜 돼 리젠러우로 교체됐다. '최종병기' 심석희가 마지막 폭풍 질주로 따돌린 주자는 리젠러우였다.

부담감을 훌훌 털어냈다. 올림픽이 첫 출전인 무서운 고교생 심석희는 왜 에이스인지를 입증했다. 두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500m에서 통한의 동메달을 차지한 박승희는 4년전 계주의 한까지 씻었다. "골인도 하기 전에 눈물이 났다"는 김아랑도 더 이상 배앓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해리와 공상정도 100%가 아닌 200%의 역할을 다했다.

이제 1000m가 기다리고 있다. 심석희와 박승희 김아랑은 18일 나란히 예선을 통과 8강에 올랐다. 22일 새벽 8강, 4강, 결선이 차례로 열린다. 1000m 세계랭킹 1위는 역시 심석희다. 2위는 김아랑이 올라 있다. 박승희의 부상 투혼도 계속된다.


대회 전 심석희는 3관왕 후보였다. 아쉬움의 1500m를 3000m 계주로 만회했다. 1000m에서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박승희는 "아직 부상이 남아있다.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닌 우리나라가 잘 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유의 진한 미소를 드러냈다. 김아랑도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심석희의 말대로 3000m 계주는 소름돋고, 짜릿했다. 다시 훈련이 시작됐다. 그들은 1000m에서 두 번째 금빛 질주를 노리고 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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