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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D-100]전화 번호, 아이디 보면 금메달이 보인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4-17 16:11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일이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올림픽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서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들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가문의 영광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든,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이든 올림픽이 주는 희열은 중독 그 이상이다. 그래서 더 치열하다. 마음가짐도 다르다.

이런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선수들의 전화번호나 인터넷 아이디다. 저마다 뜻이 있다. 추억이 존재한다. 힘든 운동을 견디게 해주는 희망이 있다. 심지어 전략도 숨어있다.

한국 레슬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애틀란타-시드니올림픽)와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한 심권호 코치(40·LH스포츠단)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첫 금빛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에 '1996'이란 숫자가 들어가 있다. 2000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73kg급에서 거침없는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한판승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원희 여자유도대표팀 코치(31)도 올림픽과 관련된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의 프라이드가 짙게 배 있다. 그의 아이디는 '올림픽 챔피언'이다. 선수와 해설위원에 이어 이번에는 여자대표팀 코치로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개인 휴대전화 번호만 봐도 런던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태환(23·SK텔레콤)과 장미란(29·고양시청)은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일찌감치 휴대전화 뒷번호를 2012로 바꿨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한 다짐이 굳건하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세계기록(3분40초07)과 금메달을 동시에 노린다. 장미란은 여자 역도 75kg 이상급 '월드 넘버 원'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미란은 "개인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며 세계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남자 역도 77kg급 사재혁(27·강원도청)의 아이디에서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밝은 미소만큼 항상 넘치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그의 성격이 아이디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내가 최고'란 의미의 '사재짱'이다.

특이하게 자신의 필승 전략을 닉네임으로 표현한 선수도 있다. 3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베테랑 유승민(30·삼성생명)의 인터넷 카페 닉네임은 '스피드'. 스피드를 바탕으로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셰이크핸드에 비해 움직임이 제한적인 펜홀더 전형에게 '빠른 발'과 강인한 하체는 절대적이다. 올해 서른줄에 접어든 유승민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체력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아이디, 닉네임에는 그들이 100일 후 바라볼 종착역의 주소가 숨겨져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 생각뿐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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