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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하나로 록키-알프스 넘는 사나이, "도전은 내 삶"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08:21


세계적인 스노우보더 트래비스 라이스가 남산 서울타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레드불

겨울철 TV스포츠뉴스 말미에 으례 나오는 장면이 있다. 높은 정상에서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스노우보더. 속도가 붙는다. 절벽에 그대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여러번 넘긴다. 스노우보더 뒤에는 쓸려내려온 눈이 마치 눈사태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실제로 눈사태를 피해 가기도 한다.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 아찔함에 가슴을 몇번이나 쓸어내린다.

컴퓨터 그래픽?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 스노우보더들이 실제로 보여주는 현실이다.

겨울철마다 가슴졸이게 했던 그 인물이 바로 한국에 왔다. 바로 트래비스 라이스(29·미국)다. 스노우보드계의 슈퍼스타 라이스(29·미국)가 3일 방한했다. 라이스는 2003년 윈터X게임 슬로프스타일과 2009년 윈터X게임 빅에어 금메달리스트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노우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숀 화이트(25·미국)와 더불어 세계 스노우보드계에서 잘나가는 선수다. X게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노우보드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인기가 높다. 축구로 치자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급 선수다. 자신의 이름을 딴 스노우보드복 브랜드와 스노우보드 데크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라이스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트 오브 플라이트'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4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라이스는 에너지가 넘쳤다. 록키산맥, 알프스산맥, 안데스산맥 등 전세계의 높디높은 설산을 스노우보드 하나에 의지해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다웠다. 이번 영화를 찍기 위해서 캐나다, 알래스카, 칠레, 오스트리아 등을 누볐다. 라이스는 "눈덮힌 설산을 내려갈 때 자유를 느낀다. 내게는 인생에서 있어 언제나 해야하는 도전이고 동시에 내 삶이다. 도전은 나를 숨쉬게 한다.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라이스가 누빈 산 목록에는 백두산도 있다. 2006년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백두산으로 향했다. 눈덮힌 백두산 천지를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갔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라이스는 "다른 산에 비해 조금 건조한 느낌이었다. 중국쪽에서 타고 내려갔다. 반대편은 북한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평화가 빨리 찾아와서 북한 쪽에서도 보드를 타고 싶다"고 기대했다.

라이스는 자유 정신이 스노우보딩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 어떤 정치적 이해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하나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올림픽 출전 문제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때 하프파이프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나가지 않는다. 라이스는 "올림픽은 너무 정치적이다. 만약 나의 주종목이 빅에어가 올림픽에 채택되더라도 나는 그 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팬들에게도 도전과 자유 정신을 가지기를 당부했다. 라이스는 "주위를 둘러보면 자연을 느끼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다. 도전정신만 가지고 오면 된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굳이 스노우보드를 할 필요도 없다. 열정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라. 그러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제의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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