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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팀 24명의 F1 드라이버들이 모두 출전, 자국과 소속팀의 명예를 위해 우승을 다툰다. 마치 올림픽처럼 1위부터 3위까지 포디엄(시상대)에 오르는 선수들의 모국 국기가 게양됨은 물론 국가까지 연주되기 때문. 이어 소속팀이 위치한 나라의 국가도 울려퍼진다.
단연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월드 챔피언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세바스티안 베텔(독일·레드불)이다. 베텔은 지난 11일 끝난 이탈리아 그랑프리까지 올 시즌 13번의 대회에서 무려 8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또 4번의 준우승을 거두고 있다. 올 시즌 포디엄 달성에 유일하게 실패한 경기가 지난 7월 자신의 조국에서 열린 독일 그랑프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87년생으로 지난 2007년 F1에 데뷔, F1 사상 최연소 득점에 성공한 후 2008년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제패하며 F1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라는 금자탑을 세운 베텔은 젊은 드라이버 특유의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드라이빙에도 불구, 지난해 최연소 월드 챔프까지 오르며 경험까지 축적해 올 시즌 무결점의 드라이빙을 뽐내고 있다.
F1팬들이나 유럽 언론들이 베텔을 미하엘 슈마허(독일·메르세데스)에 필적하는 '제2의 레이싱 황제'로 벌써부터 추겨세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슈마허와는 국적도 같다. 슈마허는 비록 다른 팀이지만 자신의 '적자'라 할 수 있는 베텔을 끔찍하게 챙긴다. 지난해에도 자신의 전용기에 베텔을 태우고 한국에 입국했을 정도. 베텔은 이제까지 25차례의 우승에다 1번의 월드 챔프를 달성, 슈마허의 역대 68승과 7번의 월드 챔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24세의 어린 나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슈마허의 기록을 능가할 적임자로 꼽힌다.
베텔은 드라이버 포인트에서 284점을 획득, 지난해 막판까지 챔프 자리를 다퉜던 2위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와의 차이를 이미 112점으로 벌려놨다. 이는 베텔이 향후 4번의 대회에서 모두 리타이어를 하며 포인트를 얻지 못하고, 알론소가 모두 우승을 차지해 매 라운드별 25점씩을 챙긴다고 해도 뒤집어지지 않는 엄청난 격차다.
게다가 올 시즌 남은 대회는 코리아 그랑프리를 비롯해 6번에 불과하다. 아시아 투어의 첫번째 대회로 23일 개막하는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만약 1위를 차지한다면, 2위권 드라이버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일찌감치 월드 챔피언을 확정지을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베텔과 우승을 다투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고 역대로 2번의 월드 챔프를 역임한 알론소는 베텔의 독주를 저지할 유력 드라이버다. 알론소는 베텔의 엔진 고장을 틈타 지난해 코리아 그랑프리 초대 챔프에 오르기도 했다.
알론소는 시즌 초반 머신의 능력 부족으로 고생했지만, 7월에 열린 영국 그랑프리에서 시즌 첫 우승을 달성한 후 꾸준하게 포디엄에 오르고 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엄청나게 공격적인 드라이빙 능력을 과시하는데다 승부 근성이 남달라 다소 모험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드라이버라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알론소와 함께 치열한 2위를 다투고 있는 젠슨 버튼(영국·맥라렌), 마크 웨버(호주·레드불), 루이스 해밀턴(영국·맥라렌)도 언제든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드라이버들. 젠슨 버튼은 '타이어 마스터'라는 별명답게 타이어 관리를 누구보다 잘하며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한다.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부드러운 타이어가 사용될 예정이라, 타이어 관리에 탁월한 버튼의 포디엄 달성 가능성은 당연히 높다. 이밖에 8위에 그치고 있는 슈마허도 현재 실력과는 상관없이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