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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볼트로 시작해 볼트로 끝난 2011년 대구세계육상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21:25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마지막날인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자메이카가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주자 우사인 볼트가 골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09.04/

반전드라마였다 그 아무리 최고의 극작가가 있더라도,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다시 살아돌아온다 하더라도 이런 드라마는 쓰기 어려울 것이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이번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처음과 끝은 모두 책임진 최고의 작가 이름이다. 한마디로 이번 대회는 볼트로 시작해서 볼트로 끝났다. 볼트의,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대회였다.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었다. 시작부터 볼트였다. 볼트는 최고의 스타였다. 전세계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했다. 16일 입국 후 볼트는 팬들과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의 금메달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100m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아사파 파월이 25일 경기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볼트의 100m 우승에는 기정사실화됐다. 모든 관심은 세계신기록 작성여부에 쏠렸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고 했다. 볼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악재가 찾아왔다. 28일이었다. 볼트는 100m 결선 스타트 라인에 섰다. 모두가 숨죽였다. 볼트가 꿈틀했다. 출발총성보다 빨랐다. 관중들 모두가 알았다. 탄식이 가득했다. 볼트는 웃옷을 벗어 던졌다. 부정출발에 의한 실격이었다. .

2일 200m 예선에 나섰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아픔이 남아있었다. 출발반응속도가 현격하게 느려졌다. 0.1초대의 출발반응속도가 0.3초대까지 치솟았다. 3일 200m 결선에서 19초40으로 금메달을 차지하기는 했다. 개운하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한 과제로 남았다.

볼트는 대회 마지막날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 결선에 나섰다. 마지막 주자였다. 계주 우승만으로는 아쉬웠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알았다. 뭔가가 필요했다. 요한 블레이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볼트는 독주를 펼쳤다. 끝까지 뛰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결승선 통과 순간 가슴을 쭉 내밀었다.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이고자 했다.

37초04.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들이 세웠던 37초10을 0.6초 줄인 세계신기록이었다. 대회 첫 세계신기록이었다. 이번대회에서의 아픔을 날린 역주였다. 볼트는 동료들과 함께 트랙을 뛰고 또 뛰었다. 관중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2011년 대구는 세계 육상팬들의 마음 속에 '볼트'로 남게됐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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