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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D-30]장대높이뛰기, 달리기 마지막 5m가 중요하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7-27 08:36


◇박스에 장대를 찍은 후 위로 솟구치고 있는 이신바예바. 스포츠조선DB

장대높이뛰기는 육상 종목 중 스포츠 과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장대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동시에 운동 에너지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빨리 달리면 최고인 트랙 종목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장대높이뛰기에는 몇 가지 과학이 숨겨져 있다.

첫 째, 조주(Run-up) 구간 '마지막 5m'가 기록을 좌지우지 한다. 장대높이뛰기의 운동 에너지 변화는 쉽게 말하면 달려가던 스피드(수평 운동 에너지)가 장대를 만나면서(탄성력) 사람의 몸을 공중으로 붕 띄우는 에너지(위치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폴대를 박스에 꽂기 직전 5m 구간에서 최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간에서의 순간 속도가 빠를 수록 장대를 이용해 높이 뛰어 오를 수 있다. 한국여자기록(4m40) 보유자 최윤희(25·SH공사)가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했을 때 마지막 5m 구간 속도는 초속 7.86m였다. 세계기록(5m6) 보유자 엘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순간 속도는 최대 초속 8.3m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이 속도가 8m를 넘어야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최윤희가 세계 톱 10에 들기 위해선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다. 남자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장대높이뛰기를 하면 얼마를 넘을 수 있을까. 볼트의 최고 스피드는 초속 12.2m다. 이 속도라면 부브카(은퇴)가 보유중인 세계기록(6m14)을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볼트가 부브카에 버금가는 유연성과 장대 기술 등을 겸비했을 때 가능하다.

둘 째, 장대의 탄성이다. 장대의 소재는 목재→대나무→금속제→유리섬유 순으로 발전했다. 그 이전 처음 목재 소재 장대로 세운 최고 기록은 3m78이었다. 이후 대나무를 사용해 넘은 최고기록은 4m77이었고, 금속제 장대에서 4m78로 소폭 상승했다. 1960년대 탄성이 좋은 유리섬유 소재 장대가 개발되면서 기록향상에 불이 붙었다. 장대높이뛰기 기록의 역사는 장대 탄성을 높이는 과학적 발전과 궤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의 무더위가 장대높이뛰기 경기에 변수로 작용할까. 8~9월 35도를 넘나드는 대구의 찜통더위는 장대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최규정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기온에 따른 장대의 신축성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의 연구 결과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은 날씨가 더울 경우 몸이 더 빨리 풀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비는 장대높이뛰기에 상극이다. 미끄럽기 때문에 조주 속도가 줄고 또 장대를 꽂는 순간 삐끗하게 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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