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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박태환, 3가지 악재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24 19:56


박태환은 영리했다. 그리고 우월했다. 세 가지 악재를 뛰어넘고 세계선수권대회 400m를 제패했다.

먼저 불리한 레인. 박태환은 예선 6조에서 3분46초74의 다소 부진한 기록으로 8명 중 7위로 결선에 올랐다. 낮은 순위 때문에 1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주로 3~5번 레인에서 우승해온 박태환에게는 생소한 레인이었다. 1번 레인은 물의 저항이 엄청난 곳이다. 1~7번 레인이 일으키는 물결과 반대편 벽을 맞고 다시 돌아오는 물결이 소용돌이친다. 거기를 헤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영리한 박태환은 정면돌파했다.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결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나갔다. 250m 지점에서 4위로 떨어져 페이스가 꺾이는 듯 했으나 이후 세계 챔피언다운 놀라운 지구력을 보였다. 300m부터 다시 선두에 올라서더니 순식간에 2위와 1초 이상 벌렸다. 레이스를 지배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동시에 예선 전략 실패도 극복했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설렁설렁했다. 예선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에게 '나 이정도다'라고 '패'를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내 페이스대로 했다"고 털어놓긴 했지만 너무 힘을 뺐다. 한번 떨어진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힘들었다. 이렇게 6조 3위로 힘겹게 결선에 올랐다. 결선 진출 8명 중 7위였는데 탈락한 9위 사무엘 피제티(이탈리아)와는 불과 0.38초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섰다. 하마터면 예선에서 탈락할 뻔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결선에서는 초반 스퍼트 작전으로 성공을 거뒀다.

심리적 중압감도 떨쳤다. 박태환에게 최근의 세계선수권대회 기억은 악몽이다. 2007년 멜버른 대회 400m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09년 로마 대회 때는 400m를 비롯해 전 종목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뒤에 자만하고 훈련을 등한시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그동안 그에게 트라우마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엄청난 훈련량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해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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