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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 수영이 재밌어진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7-22 08:14 | 최종수정 2011-07-22 08:52


◇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상하이 유안수영센터에서 오후 훈련을 마친 후 언론과의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상하이(중국)=전영지 기자

박태환은 21일 상하이에서 가진 오후 훈련 직후 "수영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다섯살 때부터 물살을 갈라온 '마린보이'다. 온국민의 관심을 어깨에 짊어지고 헤엄쳐야 하는 세계선수권의 중압감 속에서 웃는 낯으로 수영이 재밌다고 한다.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거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독한 선언보다 수영이 재밌다는 말이 반가웠다. 힘을 빼고 자신의 수영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박태환은 요즘 마이클 볼 코치와 수영하는 것이 즐겁다. 볼 코치는 21일 호주대표팀의 수영 훈련이 진행된 상하이 유안수영센터에 박태환을 일부러 불러들였다. 호주대표팀을 지켜야 하는 볼 코치의 사정상 같은 수영클럽의 토드 던컨 코치가 박태환의 상하이 훈련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볼 코치는 틈날 때마다 애제자의 마무리 훈련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 호주 미국 영국 등 내로라하는 수영강국들이 나란히 훈련하는 풀에서 박태환은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하지만 '포스'나 '실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각국 코치들과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 박태환의 자유형 영법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박태환은 호주 전훈지에서 베이징올림픽 3관왕인 스테파니 라이스, 자유형 400m 훈련 파트너인 라이언 나폴레온 등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한결 밝아졌다. 볼 코치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훈련 스타일도 박태환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주변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말고 네 레이스에만 집중하라"는 볼 코치의 조언은 주효했다. 현장에서도 동료들과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밝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즐겁게 훈련하면서 수영인생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앞만 보고 달렸던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다르다. 2010년 볼 코치를 만난 이후 박태환의 수영은 기술도, 멘탈도 업그레이드됐다. '올림픽 챔피언'이 인터뷰 때마다 "아직 나는 정상급이 아니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돌핀킥도 부족하고 스타트, 턴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낮은 자세다. '여전히' 배우고 있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쑨양과 경쟁하러 온 게 아니라 내 훈련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그의 정점이 아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400m에서 한국최고기록을,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한 박태환은 지난 6개월 호주 전훈을 통해 또 한번 성장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주목할 만한 기록 향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모의고사 차원에서 출전한 6월 산타클라라 그랑프리 국제대회 100m에서 생애 최초로 '레전드' 펠프스를 꺾었다. 자유형 200m, 400m에서는 전력투구하지 않았음에도 올시즌 3위권의 썩 괜찮은 기록으로 우승했다. 성적이 오르면 재밌어지고, 재밌어지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심지어 원래부터 '우등생'이었던 박태환이다. 승리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 저절로 훈련하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박태환은 24일 펼쳐질 자유형 400m 경기에 대해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감지됐다. "세계신기록이 나온다면 나나 쑨양일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표했다.
상하이(중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그래픽=김변호 기자 bh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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