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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더반의 신데렐라는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38)이었다.
천상 여성이었다. 눈물이 많았다. 정이 넘치는 나 대변인은 종종 눈시울을 붉힌다. 두 차례 실패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평창의 꿈은 상상을 초월했다. 올초 IOC 현지 실사 때 강릉빙상장에서 2018명의 주민이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을 합창할 때 눈물을 쏟았다. 남아공 더반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최종리허설 때 눈물샘이 터졌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나 대변인은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의 절반 이상인 12년을 캐나다, 영국,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돌아온 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년반 정도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발로 뛰는 방송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96년 아리랑TV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입사 이후 4년 가까이 방송기자 겸 앵커로 활동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퇴사 이후에는 각종 국제 무대에서 민간외교관으로 변신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활동했다.
나 대변인은 평창의 뜨거운 열망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고 로메에서 열린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에 참석한 후에는 김연아에게도 프레젠테이션 노하우를 전수했다.
"로게 위원장이 평창을 발표하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갑자기 IOC 현지실사 때 간절하게 소망하던 평창 주민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며 "'아이 해브 어 드림'을 부르던 생각이 났습니다. 평창이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꼭 돼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평창을 위해 그녀가 걸어온 길은 아름다웠다.
더반(남아공)=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