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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기인' 조덕호씨, 대륙별 경보심판 자격 획득 쾌거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6-13 15:44 | 최종수정 2011-06-13 15:45


육상에서 경보만큼 심판이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종목은 없다. 경보는 엄격한 워킹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 내내 심판들은 선수들의 자세를 관찰한다. 한 선수가 3번의 경고를 받으면 실격처리 된다. 때문에 경보 심판에게는 정확한 눈과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국제경기에서 심판들의 의사소통은 필수다. 자국어로 아무리 정확한 경보룰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심판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몇몇 경보선수 출신이 도전에 나섰지만 장벽에 막힌것도 의사소통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 육상단의 구단 프론트가 국제경보심판 자격을 획득해 한국 육상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선수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삼성전자 육상단 조덕호 사무국장(45)이다. 그는 11년간 육상단 프론트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월 국제경보심판(대륙별 경보심판) 자격시험을 당당하게 통과했다. 세계 수준으로 기량을 높여 가는 한국 경보가 대륙별 심판을 배출하며 또 한 차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한국에서 레벨 2의 심판이 나온 것은 전두안 전 대한육상경기연맹 기술위원장이 1985년 자격을 딴 이후 26년 만이다.

경보 심판은 국내심판(레벨 1)과 대륙별 경보심판(ARWJs·레벨 2),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국제 경보심판(IRWJs·레벨 3) 등 세 단계로 나뉜다. 대륙별 경보심판은 아시안게임이나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대륙별 경기에서 판정을 담당할 수 있고, 국제 경보심판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관하는 대회에 나선다.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대륙별 심판도 아시아에 15명밖에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

러시아, 중국,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경보강국의 지위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선수들 외에도 다수의 경보심판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조 심판은 심판으로 국제무대를 누비며 한국 경보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질 참이다. 그는 "한국인 심판이 있다고 해서 다른 심판들이 느슨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서 '한국인 선수는 어떤 문제가 있어 경고를 줬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분명 한국 경보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심판은 IRWJs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일단 ARWJs의 자격 시험을 통과했지만 경험이 일천하다. 국내외 경보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자문을 구하고 작은 대회부터 차근차근 심판으로 참가해 경험을 쌓겠다. 1년에 2~3차례 아시아지역 국제대회 심판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경험을 통해 2014년 IRWJs에 도전하겠다. 2016년이나 2020년 올림픽에 꼭 참가해보고 싶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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