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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매, 일장기 달고 활 쏘는 사연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6:32


한국에서 뛰던 엄혜련이 일본의 하야카와 렌으로 변신했다. 하야카와 렌(왼쪽)이 한국의 한경희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출처=국제양궁연맹 홈페이지

2011년 국제양궁연맹(FITA) 2차월드컵 여자부 개인전 3-4위전이 열린 6월 11일 밤 터키 안탈리아 양궁장. 2명 동양인 선수가 사대에 서있었다.

등에는 다른 나라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한 명은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선 한경희(19·전북도청)였다. 다른 한 명은 일본 대표인 하야카와 렌(24)이었다. 한-일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접전을 펼쳤다. 한경희가 하야카와를 6대4(23-24 15-26 23-16 23-16 28-25)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그런데 슈팅 동작부터 경기 운영 방법까지 닮아있었다.

알고보니 하야카와는 한국인이었다. 한국이름은 엄혜련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녔다. 하야카와가 일본에 건너간 것은 2007년이었다.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야카와의 언니인 하야카와 나미(27·한국명 엄혜랑)도 일본으로 귀화를 했다. 자매가 나란히 조국을 상대로 활을 겨눈 셈이다.

하지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볼 이유는 없다.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다. 언니 하야카와 나미는 2004년 대한해협을 건넜다.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고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주니어 국가대표도 지냈다. 전북체고를 졸업하고 한국토지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장래를 위해 어머니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체대 체육학과에 진학했고 국적도 바꾸었다.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동생 하야카와 렌도 전북체고 졸업 뒤 현대 모비스에 몸을 담았다. 하지만 국내경쟁을 뚫지 못했다.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결국 언니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지난달 초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가 1위, 동생이 3위를 차지해 국가대표가 있다.

자매는 꿈이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함께 출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16강이나 단체전 8강에 진출해야 내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단체전 8강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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