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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는 허삼영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뜻을 구단에 전했다고 발표했다. 지도자 경험이 없었던 전력분석팀장 출신의 감독 생활은 시즌 종료를 기다리지 않고 2시즌 반만에 막을 내렸다. '파격 인사'라고 보도되면서 감독을 맡게 된 허 전 감독은 취임 첫해인 2020년 2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었다.
"다른 구단의 직원들이 '응원하고 있다' 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일본의 야구인들도 허 전 감독의 취임에 놀랐다. 일본의 경우 감독의 인지도나 선수 시절 성적을 중요시 한다. 반면 한국은 실리적이고 야구계에 꿈이 있다는 인식을 일본야구계에 줬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감독을 선임한다" 그런 말을 일본의 한 야구관계자는 말했다.
'카리스마가 없는 감독' 그것을 허 전 감독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 역할을 '병원장'에 비유했다. "병원장은 내과나 외과의 수술을 직접 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적인 부분은 저보다 각 코치들이 잘 알고 있어 그걸 정리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요즘 선수들에게는 스마트폰의 동영상이 코치가 되는 시대입니다. 코치는 선수에게 근거있는 지도를 해주는 것을 바랍니다."
실제로 삼성의 코치들은 허 전 감독에 대해 "모든 것을 믿고 맡겨주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부상자가 많아지고 성적이 떨어졌다. 그렇게 되자 "감독님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셨다" 고 한 코치는 고백했다. 감독은 코치에게 맡기고 기다리면서 항상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 허 전 감독은 자기가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과 달리, 직접 메스를 잡고 팀을 고치려고 했지만 완치의 길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허 전 감독은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이 구단은 실패를 노리고 있는게 아닐까? 라고 느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 때부터 2시즌 반 지나고 허 전 감독을 평가하면 지난해 6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가 있어 실패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각 구단이 감독 선임할 때 구단 직원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삼성의 한 직원은 허 전 감독 취임 당시 이런말을 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좋은 선배가 감독이 된 것은 기쁘지만, 감독이 되면 임기가 끝나면 팀을 떠나야 한다. 그런 날이 오는 것을 상상하면 슬프다". 그 말이 현실이 됐다. 허 전 감독은 아직 50세. 국내에서 10명밖에 될 수 없는 프로야구 감독이 됐다는 것은 아주 귀중한 일이다. 앞으로 그 경험이 야구계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