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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야구 대표팀의 이나바 아쓰노리 전 감독은 대표팀 선수 선발을 할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좋은 팀을 만든다."
야구는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가 아무리 많아도 팀이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정규시즌의 개인 타이틀 수상자가 꼭 우승팀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봐도 확실하다. 특히 단기전인 국제대회의 경우 팀이 이기기 위한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인재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경우 선수 등록 수가 정규시즌 보다 4명이나 작은 24명이다. 부상자가 나올 케이스를 대비해 일본대표팀은 다른 강타자 보다 구리하라를 우선 선발한 셈이다.
반면, 도쿄올림픽 때 한국대표팀을 보면 김혜성(키움) 이외에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 최주환(SSG)은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수비를 못 했고, 결국 황재균(KT)이 2011년 이후 10년만에 2루수비를 해야했다.
단기전의 경우 분위기 메이커의 존재도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주장에게 기대할 수 있는데 주장도 실수를 하거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또 주장중에는 강한 리더십 때문에 후배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입도 있다. 그런 주장 대신 분위기를 만들어 갈수 있는 선수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이나바 감독은 그런 역할로서 도쿄올림픽 때는 안 뽑았지만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의 능력을 항상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2019년의 프리미어12 때 김상수(삼성)나 박세혁(두산)이 그런 역할을 잘 했다.
한국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앞두고 기술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감독과 코치는 결정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선수선발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단기전은 특히 투수에게 평상시와 다른 타이밍에서의 등판을 요구한다. 그럴 때 감독으로서는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있는 투수'가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이 감독의 부탁이라면 이해하고 응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그것은 신뢰관계가 있어서 성립하는 기용법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와 분위기 메이커. 또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신뢰관계. 그것은 모두 숫자적인 데이터로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말그대로 이나바 전 감독의 "좋은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좋은 팀을 만든다"는 철학과 맞닿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수치로 안 나오는 점을 평가해서 선수선발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종료 후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이 국회에 출석했던 굴욕적인 과거가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따려면 좋은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같은 인식을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빨리 심어줘야 선수선발에 관해 4년전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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