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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서 한국야구는 메달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결과에 많은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필자는 대표팀을 이끈 김경문 감독에 대한 감사와 함께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도쿄올림픽 한국 야구 감독은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었다. 2017년 한국 야구사에서 처음 탄생한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취임한 선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기로 했었다. 하지만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2018년 11월 자진 사퇴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국정 감사장에 불려나가 억지 주장에 수모를 당한 직후였다.
김 감독은 당시 KBO 요청을 거부했다면 평생 '베이징의 영웅'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론에 집착하기보다 다들 마다한 한국 야구의 위기를 돌파할 역할을 그가 해줬다는 점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 실패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선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장면이 몇 번 있었다. 선수 기용이 딱 맞아떨어져 금메달을 땄던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달랐던 점이다. 베이징 당시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현직 사령탑이었고, 올림픽 직전까지 경기를 지휘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어떤 일을 똑같이 매일 하는 것과 가끔 하는 것은 감각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그건 김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전임 감독제의 일반적 단점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도 전임 감독이다. 실전 감각이 걱정이었다. 또 이나바 감독은 리그 감독을 맡은 적이 없어 경험 부족 우려도 있었다. 이나바 감독은 그 해결 방법으로서 2군팀 대리 감독 실시를 요청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가을 2군 선수들을 중심으로 육성을 목적으로 한 피닉스리그가 열린다. 이나바 감독은 자신이 현역 생활을 보낸 니혼햄 파이터스에 부탁해 시즌 성적과 무관한 경기에서 2군팀을 몇 차례 지휘했다. 이나바 감독은 니혼햄 구단이 위탁한 지역 스포츠와 구단을 연결하는 일도 맡고 있어 어렵지 않게 2군 경기를 지휘할 수 있었다. 이나바 감독 뿐만 아니라 대표팀 코치들도 참가해 함께 올림픽 준비를 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결과를 보면 앞으로 한국도 누가 전임 감독을 맡더라도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러 대표팀을 소집하지 않아도 현장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이나바 감독이 증명했다. 예를 들어 마무리캠프 연습경기나 구단 자체 청백전 등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나바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했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감독을 운명이라 여기고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쿄올림픽은 한국 야구에 더없이 좋은 교훈을 던졌다고 본다. 지금은 한국 야구계 전체가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유지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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