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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닥터의 솔직한 관절톡] 발가락 굽은 '망치족' 운동화 벗고 구두를 신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5-06 08:01


◇발가락이 굽어있는 망치족. 출처=힘찬병원



한눈에 봐도 무척 세련돼 보이는 60대 여성이 내원했다. 패션업계에 종사하시나 싶을 정도로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신발은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둘째 발가락 끝에 자꾸 굳은살이 생겨요. 발 관리도 받아보고, 물에 불려 손톱깎이로 제거해도 자꾸 굳은살이 생깁니다. 예쁜 신발을 신고 싶은데 발가락이 아파서 신지를 못해요. 굳은살 좀 안 생기게 할 수 없을까요?"

환자분은 자꾸 생기는 반갑지 않은 굳은살을 호소했다. 발을 살펴보니 둘째 발가락 끝마디가 굽어 있었다. 힘을 주어 펴보았지만 발가락은 펴지지 않았다. 왜 굳은살이 자꾸 생기는지 짐작이 갔다. 발가락 끝이 굽어 있으니 걸을 때마다 자극을 받아 굳은살을 제거해도 자꾸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발가락이 굽은 것을 의학 용어로 '망치족'또는 '추지변형'이라고 한다. 망치족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평소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발 볼이 좁은 신발을 신거나 선천적으로 둘째 발가락이 길어도 망치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평발이거나 발등이 높아도 망치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발가락이 굽기도 한다. 어떤 원인이든 망치족이 되면 발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너무 강한 반면 펴는 힘줄이 약해져 항상 발가락이 굽은 상태로 있다.

망치족이 발생하면 보기에 예쁘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걷거나 서 있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 물론 발가락이 아프다고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기능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질을 상당 부분 떨어뜨린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구부러진 발가락 때문에 시원한 샌들 한 번 신기도 어렵고, 굳은살이나 티눈도 잘 생긴다.

망치족의 경우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통증을 줄여주는 주사나 약물치료를 주로 한다. 발이 꼭 끼지 않는 넉넉하고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을 보호하는 특수 깔창과 패드를 이용해 교정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형의 정도가 심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발가락 관절이나 힘줄을 제거하고 고정해주는 것으로 약 10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발가락을 굽혀주는 힘줄을 제거하고 철핀으로 임시 고정했다. 수술 내용을 설명하자 환자는 "힘줄을 없애면 발가락에 힘이 없어 잘 걸을 수 있나요?"라며 걱정했다. 힘줄을 제거한다고 하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힘줄을 제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을 고정해주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

환자는 안심하고 수술을 받았고, 4주 후에 외래 진료실에서 임시로 고정하기 위해 박아두었던 철핀을 제거했다. 경과 관찰을 위해 3개월 후 다시 진료실에서 만났는데, 예쁜 빨간 구두를 신고 오셨다.

"진즉에 수술할 걸 그랬어요. 이렇게 예쁜 구두도 마음대로 신을 수 있고, 못난 발가락을 애써 감추지 않았어도 되는데…. 왜 그 동안 치료를 안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환자분은 소녀처럼 기뻐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의사가 해야 할 일은 꼭 생명을 다루고 거창한 큰 수술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편해 보이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 그냥 참으라고 하는 의사와 환자의 입장에서 작은 불편함도 어떻게는 고쳐주려고 노력하는 의사. 환자가 바라는 의사는 과연 어느 쪽일지 이 분을 치료하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진호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목동힘찬병원 진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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