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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김태리 "韓우주 SF '승리호', 최초가 준 설렘"…'무패 신화'의 선구안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1-02-15 14:5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태리(31)가 김태리 했다.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흥행 보증수표로 거듭난 그가 충무로에서 황무지와 같았던 우주 SF에 도전, 이 어려운 일마저 성공 궤도에 안착시켰다.

우주 SF 영화 '승리호'(조성희 감독, 영화사 비단길 제작)에서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이었지만 현재는 신분을 바꾼 후 승리호를 이끄는 리더가 된 장선장을 연기한 김태리. 그가 15일 오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승리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우주를 배경으로 조성희 감독만의 상상력과 한국 영화계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 초능력 수트를 입고 우주를 넘나드는 할리우드의 초호화 히어로가 아닌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최하위층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시민 우주 블록버스터를 다룬 '승리호'는 그동안 선보였던 히어로, 우주 SF 장르와 차별화를 가지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승리호'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김태리의 파격적인 변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 중 막말은 기본, 늘 술에 절어 있고 안하무인 성격 탓에 거친 우주 노동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장선장을 연기한 김태리. 못 다루는 기계가 없고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을 발하며 승리호를 이끄는 젊은 리더를 연기한 김태리는 승리호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일에 단호함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또 한 번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승리호'는 개봉 이후 1주일간 해외 28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톱10 순위에 들며 세계적 호평을 얻었다. 전 세계가 열광한 '승리호'에 김태리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조성희 감독이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라 큰 호응을 얻어 기쁘고 행복하다. 같이 함께한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승리호'에 "굉장히 한국적인 영화다. SF는 서양 영화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우리 영화는 우리의 정서가 굉장히 많이 녹아 있는 것 같다. 한국적이다. 우주복이라고 할 수 없는 해진 우주복, 그리고 지구에서 먹을 법한 음식을 먹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적인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놀라웠고 조성희 감독이 큰 걸음을 간 것 같다. 그 첫걸음으로 부족하지 않은 걸음이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작과 전혀 다른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역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태리는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그런 변신의 지점이 끌렸다. 최초라는 말이 주는 설렘이 컸다. 내 이미지와 상반되는, 쉽게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라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조성희 감독이 구상한 세계관, 이미지 등을 구체적으로 듣다 보니 머릿속으로 상상되는 부분이 있었다. 흔히 우주 SF에서 보이는 여전사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말을 해줘서 조성희 감독을 믿고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내 이미지가 스스로 파격적이라 생각했다. 조성희 감독이 장선장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촬영 전 이미 3D 작업으로 장선장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최초라는 말이 주는 설렘이 컸고 장선장 캐릭터에 대한 끌림도 컸다. 어려운 지점이 보였지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고 이야기 속에서 장선장 혼자 해내는 게 아니라 다 함께 해내는 지점이 좋았다. 모든 좋은 이야기는 한 가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본 적 없는 이야기라 많이 끌렸다"고 자신했다.


장선장과 싱크로율에 김태리는 "마이웨이 하는 장선장 모습은 많이 배우고 싶다. 많은 분이 내게 당당한 매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당당하지 않다. 굉장히 쭈구리 같다. 뭐가 중요한지 아는 그런 장선장의 시선을 기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태리는 제작보고회 당시 훈훈했던 팀워크를 과시한 것은 물론 통통 튀는 유쾌한 모습에 대해 "사실 집에 와서 이불킥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첫 번째 제작보고회 때는 너무 긴장해서 스스로 방방 뛰었다. 우리 '승리호'의 케미스트리는 말할 것 없이 좋았다. 선배들의 사랑과 농담과 애정과 구박으로 서로를 다독였다"고 함께한 동료를 향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승리호'는 장르적인 측면이 강한 영화다. SF, 우주 영화다. 처음에는 우주선에 발붙이기도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승리호'는 4개월 바짝 촬영했는데 동료들과 숙소에 같이 머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장르에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우주지만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애가 드러나면 이야기는 알아서 굴러가게 될 것 같았다. 우주 이야기라는 것에 멀게만 느낄 것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리호'의 신파 서사에 대해 "사실 나는 신파가 있다는 걸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태호의 부성애 코드를 재미있게 봤다. 그 부분이 조성희 감독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다"며 "어떤 한 분이 '승리호'에 대해 '다 떠나 영화 중반이 지날 때쯤 이 작업에 함께한 모두에게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다들 베테랑이지만 처음 만드는 상황이었다. 다들 열심히 만들어 갔다. '승리호' 속 모습처럼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뿌듯하기도 하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영화 '아가씨'(16, 박찬욱 감독)를 시작으로 '1987'(17, 장준환 감독)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까지. 무패 신화를 이어가는 '흥행 퀸' 김태리는 "솔직하게 '아가씨' 이후 작품에 흥행 부담감은 없었다. 그때는 내가 잘 못 할 걸 알고 있고 다음 작품 역시 나만의 힘이 아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담감 없이 다음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1987' '리틀 포레스트' 등이 그랬다. 흥행 부담보다는 나 자신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승리호' 때 주변에서 말하는 흥행 부담감이 정말 크게 왔다. 외부의 기대감이 부담감으로 왔다. 오죽하면 '왜 나를 이 작품에 캐스팅했나' 싶은 원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승리호'가 개봉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돼 흥행 관객수는 알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내가 해오던 것처럼 시나리오에 최선을 다하자는 고민만 하기로 했다. 지금 다가오는 것을 열심히 해내고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하고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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