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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든글러브는 '골든글러브'지만 지명타자 부문도 있다. 수상자가 황금 배트가 아닌 글러브를 수상하는 풍경이 특징이다. 만약 골든글러브가 수비를 평가하는 상이었다면, 몇몇 포지션은 수상자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
지난주 2020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라울 알칸타라(전 두산 베어스)와 멜 로하스 주니어(전 KT 위즈)가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KBO리그에서 활동한 선수가 일본에 들어올 때마다 생기는 오해가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에 대한 인식 차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일본의 골든글러브도 프로야구 담당기자의 투표로 선정한다는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다. 다만 한 시즌의 절반 이상, 한 포지션을 맡은 선수를 대상으로 수비를 평가한다.
만약 한국의 골든글러브가 일본과 같았다면, 올해 유격수 부문 선택은 아주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KBO리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다. 김하성은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유격수로서의 수비만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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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수비범위를 나타나는 보살(補殺)은 심우준(KT 위즈)이 압도적이다. 보살은 야수가 공을 잡고 주자의 자살(刺殺)를 도와주는 것을 가리킨다. '어시스트(Assist)'로 표기하기도 한다. 심우준이 올시즌 기록한 보살은 427개. 과거 5시즌을 통틀어 가장 많다.
외야수 부문은 올해 김현수(LG 트윈스), 로하스, 이정후(키움)가 수상했다. 수비의 상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선수들도 떠오른다. 올해 전 경기수의 절반 이상을 출전한 외야수는 총 25명. 그중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은 풀타임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실책이 하나도 없었다.
보살은 13개를 기록한 배정대(KT)가 1위다. 외야에서 두 자릿 수 보살을 기록한 선수는 배정대 뿐이다. 지난 5시즌을 보면 2018년에 14개를 기록한 김헌곤, 2017년 13개의 구자욱(이상 삼성)이 있다. 정수빈(두산)의 경우 141경기에서 단 1개의 실책만 범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현역 생활 동안 큰 상을 받을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베스트 10' 골든글러브가 아닌 '진짜 골든글러브'도 있다면, 여기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도 한층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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