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평론가 이동훈 '유럽만화 보러갔다' 펴내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4시 48분

외국만화라면, 우리는 흔히 일본이나 미국을 떠올린다.
그러나 만화의 원조는 사실 유럽이다. 만화의 여러 장르 중 캐리커처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카툰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초창기 신문만화는 독일만화를 스승으로 삼았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블록버스터 '에일리언'이나 '제5원소'에도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의 손길이 닿아 있다. 그만큼 오랜 전통과 높은 예술성을 자랑한다. 세계적이다.
그 유럽만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만화평론가 이동훈씨가 쓴 '유럽만화를 보러갔다'(교보문고).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등 8개국의 만화세계를 기록하고 있다.
기행문 형식의 유럽만화 안내서이자 보고서. 상업성에 물든 국내 만화계의 지평을 넓혀준다.
영국은 유럽 근대만화의 뿌리다. 최고(最古)의 만화가 윌리엄 호가스를 배출한 나라. 그곳 만화가들은 "만화 소재에 성역은 없다"고 외친다. 왕실도 예외가 아니다.
잡지에 '복제' 다이애나 전왕세자비가 '원조' 다이애나에게 점심식사로 햄버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만화를 거리낌없이 싣는다. 그러나 서점엔 미국만화가 가득하다.
초콜릿의 천국 벨기에. 그 달콤함에 뒤지지 않는 만화들이 도시 전체에 녹아든 만화도시 브뤼셀. 할리우드에 진출해 전세계 어린이의 친구가 된 스머프, 40여개국 언어로 번역돼 1억 2천만권이나 팔린 '땡땡'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유럽만화의 총집산지다.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없다. 포르노가 아닌, 보통 성인만화에서도 음모가 묘사될 정도. 에펠탑, 퐁피두센터에도 만화가 전시돼 있는 '만화천국'이다. 세계 최대의 출판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밖에 만화전문서점만 300개가 넘는 이탈리아, 벌거벗은 현직 수상이 독자들을 향해 오줌을 갈기는 만화가 버젓이 실리는 스페인 등의 만화세계를 소개한다.
현장감 넘치는 사례, 풍부한 자료도 이 책의 장점. 각 나라 대표적 만화가도 만날 수 있다. [임정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