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박용재-'딸에게 보내는 편지'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39분
역시 윤석화다.
그녀에게는 배우가 갖는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있다. 그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극속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이다. 그 흡인력이 바로 윤석화를 있게 하는 힘이다.
요즘 극단 산울림이 창단 30주년 기념으로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개막, 연일 매진 속에 공연되고 있는 윤석화의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아놀드 웨스커 작, 임영웅 연출).
지난 2월 문예회관에서 공연한 `신의 아그네스'에서 나약한 인간존재로서의 수녀 아그네스를 보여준 그녀가 이 무대에선 어린 딸을 둔 엄마로 변신, 불꽃연기를 펼치고 있다.
35세의 재즈와 발라드 가수로 예상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닌 멜라니로 등장, 그녀 특유의 에너지와 열정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가슴이 커져와 아프다고 호소하는 11살된 딸에게 들려줄 인생이야기를 때론 쓰린 알약을 먹듯이 비감스럽게, 또 때론 솜사탕을 입안에서 녹이듯이 달콤하게 그려낸다.
작가 아놀드 웨스커가 `노래할 수 있는 여배우를 위한, 노래가 있는 다섯 대목의 연극'이라고 말했듯이 윤석화는 배역은 적역 중 적역이다.
그녀가 부르는 극중 노래 `너는 여자다`와 `어디서 왔을까'는 아름답고도 서글프다.
윤석화의 노래와 연기는 언제나 이중구조로 극을 뒷받침한다. 밝음과 어두움,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윤석화의 연기는 단순한 보여짐을 넘어서서 하나의 울림을 객석에 던진다.
관객들은 작품의 주제와 형식 그리고 재미 뿐만 아니라, 배우 윤석화의 호흡 소리 하나라도 더 느끼려고 한다. 그의 연기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그를 동경한다.
이번 무대는 윤석화를 보여주는 화려한 전시장 같다. 노래와 연기의 조화, 발빠르게 변신하는 상황전개와 응용력이 어우러져 분출하는 폭발력은 관객을 압도한다.
여기에는 인간을 그리는 노련한 연출가 임영웅의 뛰어난 작품분석력과 함께 `젊고 패기에 찬 연출감각'이 곁들여져 하나의 빛나는 무대를 빚어낸다.
목련꽃이 `꽃샘비'에 떨어져 휴지처럼 뒹구는 봄 날, 모녀가 손을 잡고 꼭 볼만한 연극이다. 7월 4일까지. (02)334－5915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