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9세 '화랑초' 95회 출주 현역 최고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3주전 일요경주에선 열살짜리 경주마가 초스피드를 다투는 1,400m 1군 경주에서 우승, 경마팬들을 깜짝 놀래켰다.
사람으로 치면 낼모레 환갑 노인이 20대 선수들과 100m 달리기를 해서 이긴 셈이다.
경주마는 4~5세가 한창 팔팔한 '청춘'이다. 그래서 부담중량 역시 4~5세 수말과 거세마에 57kg, 암말에 55kg로 가장 무겁게 메기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무한 출주'를 과시하는 이른바 '철마'(鐵馬)들이다.
아홉살 황혼기의 '화랑초'는 지난 6년간 무려 95회나 출주했다. 100회 돌파를 눈앞에 둔 현역 최고의 '철마'이다.
경주마는 보통 1번 출전하면 몸을 추스리기 위해 한달은 쉬어야 한다.
그런데 7세 '당나루'는 한해 27회나 뛴 적이 있다. 역대 기록은 2년전에 퇴역한 '강호춘추'. 한해 무려 35회를 뛰기도 했다.
몇달은 아예 매주 출전하는 괴정력을 과시했는데, 이때문에 지금은 마필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 격주로 뛰도록 내규가 정해져 있다.
'철마'는 강건한 체질을 타고 났다.
'화랑초'의 정찬근 조교사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보약 한번 안먹여도 튼튼하다"며, "말도 사람처럼 밥 잘먹고 성질 안내면 무병장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마'는 어찌보면 '효자말'이다. 경주마의 1회 출주수당은 약 50만원. 이는 말 한마리의 한달 사양관리비에 해당하는데, 월 2회 출전하면 밥값은 하고도 남는 셈이다.
그러나 '철마'의 과다 출전은 성적과 반비례하는 경향이다.
현역중 한해 최다 출주횟수(27회)를 기록한 '당나루'의 경우 69전0승으로 복승률 0%이다.
현역 최다 출주 1위인 '화랑초'는 95전 1승, 2위인 '청봉산'은 80전 0승 2착만 2회이다.＜표1,2＞
국내산 최다 출주 2위인 '봉정암'만이 64전 15승 2착 16회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반면 명마 '대견'은 최고령급 10세이면서도 6년간 불과 35회만 출전했다.
최근 3연승을 포함해 24승 2착 6회의 뛰어난 성적이 몸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출주 5걸중 거세마 7마리, 암말 3마리인데 반해 수말이 한마리도 없는 것이 이채롭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