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흙-천자문으로 본 인류의 역사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4시 48분
자연과 문명, 인간의 사유가 만난다.
우주를 지배해온 음과 양, 동과 서의 오랜 역사와 문명이 `존재'라는 큰 틀안에서 하모니를 이룬다.
28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화랑에서 선보이는 재미작가 임충섭씨의 작품전(부제 `실과 흙으로 고침').
4년만에 고국을 찾은 작가는 삶에 대한 완숙한 철학적 경지를 보여준다.
바닥과 벽까지 새하얀 1층 전시뿐 아니라, 2층 시멘트방에서 만나게 되는 설치작업은 작가의 정신적 사유, 삶을 대하는 자세를 읽게 한다. 2층에 설치된 `고침 (Mending)'. 물방울 소리가 청량감을 더하는 전시장엔 큰 북과 무명실의 조합, 편편한 흙 설치가 양극을 이루고 그사이에 천자문을 불로 지워가게 한 도구가 놓여있다.
"인류의 역사는 고침의 역사입니다. 문명의 기본 단위인 실과 자연을 상징하는 흙을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 형태로 조화시키고, 동양적 잠재의식의 골격이 되는 천자문을 불로 태워 지우는 자기 해체를 통해 자기 확인을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가하면 1층엔 고무로 만든 마음 心자를 바닥에 놓은 것을 비롯, `불경을 읽는 지렁이' 등 각 오브제 작품이 섬세하게 전시장 바닥부터 벽까지 걸려있다. 우주만물, 자연의 법칙이 미술작품으로 녹아있다.
97년 서울대 초빙교수로 내한했던 그는, 올가을학기부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객원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칠 예정. 지난해 우경문화재단이 제정한 `올해의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