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송준근-이미륵 묘 돌보기 15년
기사입력 1999년 03월 30일 15시 03분
`이미륵에 미친 사람'.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에 사는 교포 송준근씨(59．자영업)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뮌헨 교외 그레펠핑 공동묘지에 연고자도 없이 묻힌 이미륵 박사(본명 이의경)의 묘를 마치 친혈육의 것인양 15년 넘게 돌보고 있다.
지난 91년부터는 아예 제사를 지내고 있고, 92년에는 이미륵 추모모임을 만들어 교포 가정 15세대가 함께 이박사를 기리고 있다. 최근 뮌헨에서 열린 이미륵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도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그가 이렇게 이미륵 박사에 빠지게 된 계기는 뭘까.
"82년 네바쿠센에서 이사온후 우연히 이 박사의 묘를 보게 됐지요. 이박사야말로 위대한 학자이자 인격자로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얼을 알린 인물입니다."
70년 독일에 광부로 와 뿌리를 내린 송씨는 항상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오다 이박사를 알게 돼 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
이미륵박사는 잘 알려진 대로 3．1운동에 연루, 1920년 독일로 망명한 후 `압록강은 흐른다' 등의 소설, 신문기고 등으로 한국문화를 독일에 알렸던 선구자.
온가족이 이박사의 정신을 기리는 동안 두 자녀가 절로 바른 길로 나아가 고맙게 생각한다는 그는 "한국 정부나 독지가의 도움으로 뮌헨에 이미륵 박사 기념관을 건립하는 게 꿈"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