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밤볼라'] 포르노 수준 넘나드는 에로틱 무비
기사입력 1999년 03월 26일 15시 40분
`하몽 하몽'의 페넬로페 크루즈를 기억하는가. 몸에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 차림으로 도발적인 관능미를 발산했던.
루이 부누엘과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잇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감독 비가스 루나는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에메랄드빛 지중해에 걸맞는 관능의 화신 `밤볼라'(Bambola)를 발굴했다.
발레리아 마리니.
금기된 성적관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성적욕망을 표현해내는 귀재답게 비가스 루나는 발레리아 마리니를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보편적인 여성에서 본능에 눈을 뜨며 갈등에 휩싸이는 `밤볼라'라는 캐릭터로 그려냈다.
`밤볼라'는 이탈리어로 인형이란 뜻. 너무나 아름다워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여성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발레리아 마리니도 영화 속에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는 짧은 원피스를 주로 입는다. 소유욕이 강한 사내 후리오를 자극하는 것도 이러한 외모때문.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동물적인 남성과의 섹스로 눈을 뜬 본능의 세계. 초반 발레리아 마리니는 자신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질책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차츰 발레리아 마리니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 이성에 충실한 것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성숙된 내면의 세계로 접어든다.
교도소 독방에서 겁탈당하듯 관계를 갖고난 뒤, 자신의 집에 찾아온 후리오의 공격적인 섹스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장면. 그런가하면 후리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다 붙잡혀 개펄에서 동물적으로 서로를 애무하는 장면 등은 비가스 루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명장면.
틴토 브라스 류의 에로틱 무드 일변도와는 달리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포르노의 수준을 넘나드는 비가스 루나의 연출은 발레리아 마리니의 `놀랄만한 호연'에서 비롯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개봉은 4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