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잇단 급발진 사고 '오토차량이 무서워'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5시 01분
19일 오후 1시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 주차장에서 법무사 김모씨가 자신의 그렌져XG 승용차를 후진시키며 주차하던중 차가 갑자기 급후진, 뒤에 있던 차량 3대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놀란 김씨는 곧바로 시동을 껐으나 이번엔 앞쪽으로 급발진이 일어나 20여m 가량의 오르막길을 단숨에 올라가 법원 현관 앞에서 멈췄다.
목격자들은 "엄청난 속도였으며 엔진음이 마치 비행기 이-착륙시의 광음처럼 컸다"고 말했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이 시동을 거는 순간 야생마처럼 돌진하는 급발진 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 오토매틱 차량 운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9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급발진사고는 2월말 현재 18개 차종 47건.
지난해에는 35개차종 225건이 발생했다.(국산 220건, 외산 5건)
첫 급발진사고가 발생한 97년 이후 인명이 희생된 경우는 2건이나 된다.
집계 결과 급발진사고는 시간과 장소는 물론 국산-외제를 가리지 않고 오토미션 차량이면 골고루 발생하고 있다.
이에따라 건교부는 최근 소비자보호원, 자동차 성능시험연구소, 피해 당사자 등이 함께 참가하는 합동조사팀까지 만들어 원인규명에 나섰다.
또 급발진사고 피해자들도 모임을 만들어 메이커를 상대로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으나 "차량 결함은 아니다"라고 일관된 주장을 하고있다.
급발진사고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규명된 것은 없다.
다만, 피해차량이 100% 전자기기로 제어되는 오토미션 장착 차량인 점으로 미뤄 전자파가 `주범'일 것으로 막연히 추측되고 있다.
사고는 기어를 변속하는 순간,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하려고 할때가 7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급발진사고 차량은 국산차가 220, 수입차가 5건.
현대차는 소나타 그랜져, 대우차는 아카디아, 프린스, 브로엄, 레간자, 기아차는 엔터프라이즈, 크레도스, 포텐샤 등 중대형차량이 대부분(60%)이지만 중소형 이하 차량도 40%나 차지하고 있어 오토매틱인 경우 안심할수 있는 차는 없는 셈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급발진 사고 유형을 분석해본 결과 밝혀진 대처요령은 다음과 같다.
▲반드시 주차브레이크와 풋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라.
▲오토매틱차량은 변속레버가 `D'나 `R'인 상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이 서서히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하라.
▲추운 겨울철 시동을 걸때, 여름철 에어컨 가동시킬때 등은 평소보다 엔진회전수(RPM)가 높아 차량을 출발시킬때 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하라.
▲동력장치와 제동장치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차량이 급발진할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송철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