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사파리에서 '권력투쟁' 한창
기사입력 1999년 03월 15일 14시 15분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봄을 맞은 에버랜드 사파리에서 `권력 투쟁'이 한창이다.
`쿠데타'로 쫓겨났던 열살짜리 수컷 호랑이 `호걸'이 1년 4개월만에 `왕좌 복귀'를 엿보고 있는 것.
호걸은 지난 달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호식에게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혀, 사파리에 초긴장 상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권력 투쟁의 발단은 지난 9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까지만 해도 호걸은 사파리의 숫호랑이 빅5（호걸, 관악, 호구, 호식, 호돌）중 힘과 용모에서 단연 최고였다.
당연히 여섯마리의 암컷은 모두 호걸의 차지가 됐고, 다른 네마리는 숫총각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때부터 불만이 싹튼 네마리의 호랑이는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형제인 호구와 호식이 주축이 됐고, 관악과 호돌은 암묵적으로 쿠데타를 용인했다.
호걸의 힘이 아무리 걸출하다 하더라도, 힘을 합친 네마리의 호랑이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걸은 결국 전치 8주의 상처를 입고, 패트롤 카의 특별 경호를 받으며 한쪽 구석에서 옹색하게 생활을 해왔다.
몸을 불리며 `발톱'을 갈고 있던 호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네마리의 호랑이들 사이에서 암컷 배분과 먹이 문제, 로열석 차지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연합전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호걸은 지난 2월 기습적으로 우두머리격인 호식을 공격해 치명상을 입힌 다음 호구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재미난 일은 암컷들의 반응.
엄연히 지금의 `지존'인 호구의 편을 들어야 하지만, 내심 호걸의 승리를 바라는 눈치란다.
카사노바 뺨치던 호걸의 `성 테크닉'에 대한 향수를 아직도 못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걸도 호식과의 전투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섣부른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나성률 기자]
